[데스크 칼럼]朴대통령 '반전 인사'를 기대한다

조영주 정치경제부 차장

조영주 정치경제부 차장

엊그제 지인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수다에 참여한 이들은 방송ㆍ신문ㆍ통신사에서 청와대와 국회, 총리실 등 정치판을 꽤나 오랫동안 취재한 부장ㆍ차장급 기자들이다. 화제는 단연 이완구 총리의 사퇴와 후임 총리 인사였다.

수다는 A가 대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괜찮지 않느냐"고 물으면서 시작됐다. A는 "대권을 꿈꾸는 김 전 지사에게 총리직을 제안하면 맡으려고 하겠느냐"고 다시 질문했다.B는 "총리 하라고 하면 김 전 지사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맡기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C도 "박 대통령이 굳이 김 전 지사를 총리에 앉힐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D는 "김 전 지사가 '자기정치' 하려는 의지가 강해서 현 시점에서 총리로는 맞지 않다"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같은 이유로) 힘들 텐데"라고 부연했다.

다음으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거론됐다. C는 "이 전 장관에게 현 정부의 남은 기간 총리를 맡긴다면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이 전 장관이 '세월호 장관' 이미지가 강해서 박 대통령이 싫어할 수도 있다. 잊고 싶은 일을 자꾸 연상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반면 '세월호를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도 빠지지 않았다. E는 "최 부총리나 황 부총리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지"라며 두 부총리 가운데 한 명이 현 위기를 책임질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D는 "결국 최 부총리로 가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E는 "주군(主君)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라고 힘을 실었다. 다만 현역 중진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D는 "나중에 개혁공천 어쩌구 하기 시작하면 지역구가 어찌 될지 모른다"면서 "총리하면서 정권에 봉사하면 나중에 수도권 재보선에서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B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어떠냐"고 질문했다. D는 "황 장관은 비서실장 이미지가 더 강한 것 같다"고 토를 달았다. A는 "나도 황 장관이 총리로 괜찮다고 본다. 실수가 없다"며 슬쩍 띄웠다. B는 "황 장관이 총리가 되는 데 걸림돌은 대타가 없다는 것"이라며 "야당도 황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서 다른 데로 옮겨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A는 "개인적으로 황 장관, 김 전 지사, 이 전 장관이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C는 "김 전 지사는 적임자 중 한 명이지만 박 대통령의 참모들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는 "황 장관 빼고는 모두 하지 않겠다고 할 것"이라며 "전부 마음은 콩밭(총선)에 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 부총리와 황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수다는 다른 때의 하마평과는 달리 '인사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졌다. 참석자들 사이에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필요한 것을 굳이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듯 싶다. 안정적인 국정운영. 지금 당장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또 하나,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봤을 때 딱히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감이 깔려있다. 일각에서 '화합형 총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런 인사를 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며칠 전 청와대에 근무하는 지인이 "김황식 총리 같은 분 어디 없느냐"고 물었다. 왜 없겠나. 많지만 대통령의 눈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배제되기 때문에, 이른바 수첩에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박 대통령에겐 지금 상황이 위기다. 그래서 기회다. '나와 친한 사람'이 아니라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누구와 손을 잡고 가야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반전(反轉) 인사'로 이날 수다에 참여했던 기자들의 뒤통수를 세게 쳐주기를 바란다.



조영주 정치경제부 차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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