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벽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사진 오른쪽)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원자력협정에 가서명을 하고 있다.
-미국산 우라늄 저농축 가능, 원전수출도 간소화
-의료용 방사성물질 국내생산, 일본처럼 플루토늄 추출
-고농축은 보장받지 못해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오현길 기자]42년 만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의 핵심 성과는 우리나라의 자율성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한미는 협정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증진 등 3대 핵심사항을 포함했다. 특히 새 협정에는 핵연료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조항을 적용하지 않아 미국산 우라늄에 대한 20% 미만의 저농축과 제3국 위탁 재처리가 가능해졌다. 전면적인 농축ㆍ재처리 허용까지는 아니지만 기존 협정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 이번 협정으로 까다로웠던 원전 수출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의료용 방사성물질도 국내 생산이 가능해져 산업적인 측면에서 실리를 챙겼다. 다만 핵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우라늄 고농축은 여전히 불가능한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사용후핵연료 자율성 확대= 한미 양국은 협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1973년에 발효된 기존 협정은 어떤 방법으로도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가 사실상 금지돼 있어 불평등하다는 비판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된 협정은 제한적이나마 '핵(核) 주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정부 등에 따르면 현 수준대로 사용후핵연료를 계속 축적할 경우 2024년 이후에는 저장시설 용량 한계로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처리가 가능해지면서 저장시설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도 성과로 꼽힌다.특히 미국을 설득한 것 자체도 우리가 얻은 성과라는 분석이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핵물질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핵확산 금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다른 나라와의 원자력협정에서 '골드 스탠더드'를 적용해왔다. 실제 미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원자력협정에서 '골드 스탠더드'를 도입한 이후 다른 국가들에게도 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개정 협상이 진행된 4년6개월 동안 우리나라는 미국을 상대로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의 용량이 71%를 넘어섰으며 앞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점을 거론하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다만 일부에서 고농일본과 같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정도의 핵연료 재처리 등 전반적인 농축ㆍ재처리 수준을 보장받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원전 수출 용이ㆍ의료용 방사성물질 국내 생산= 우리나라의 원전 관련 수출도 호기를 맞게 됐다. 기존 협정과 달리 한국이 미국산 핵물질과 원자력 장비ㆍ부품 등을 수출할 때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내 원전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우리가 자체 개발한 한국형 원전 수출에서도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미국산 부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부품을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며 "이번 협정으로 원전 수출 추진 국가와 미국간의 국제적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협정으로 현재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본격 생산의 길도 열렸다.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몰리브덴-99)를 미국산 우라늄을 이용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이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원전수출 및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국내 생산으로 얻게 될 경제 효과에 대해 "원전수출을 생각하면 1기당 5조원, 방사성물질 국내 생산으로 인한 수입대체 효과는 연간 135억원 가량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여타 원전안전, 테러 대처, 미국 측과 정보공유 등을 통한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세종)=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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