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의 환율이야기]매와 비둘기는 왜 수백년간 싸워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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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30대 초보주부 김한아름씨는 경제신문을 읽다 머리를 갸웃거렸다. '이번 금통위에서 매파 위원들은… 반면 비둘기파 위원들은…' "매파가 뭐지. 매를 좋아해서 매파인가?"

경제신문을 읽다보면 '매파(The Hawks)'와 '비둘기파(The Doves)'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주로 각 나라의 기준금리 결정권을 가진 이들을 가리킬 때 쓰이는데 우리나라에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위원들을 분류할 때 사용한다. 매와 비둘기를 가르는 가장 쉬운 잣대는 인플레이션을 대하는 태도다. 매파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중시하는 이들이다. 인플레이션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조금이라도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면 금리인상 카드로 대처하려는 성향을 가졌다.

비둘기는 경기부양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물가안정도 필요하지만 경제성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들이다. 다소 물가불안이 예상되더라도 금리를 내리고 양적완화를 지속해 경기 불씨를 지핀다.

경제정책의 철학을 두고 매와 비둘기로 언제부터 표현했는지는 의견이 갈린다. 1798년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보수적 정치성향을 매파로 표현한 게 시작이라는 이도 있고, 1962년 한 미국 언론에서 매파와 비둘기파를 언급한 이후 대중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든 매파와 비둘기파가 경제 철학을 두고 최소 수백년간 다퉈왔다는 점은 변함없다. 매냐 비둘기냐가 중요한 건 그들의 경제철학에서 금리인상 여부가 결정되고, 이후 환율·경제·수출입 등 경제전반에 걸쳐 파급효과가 밀어닥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통위에 매와 비둘기 중 어느 쪽이 많은지에 따라 개인 및 기관투자자, 기업 재무담당자, 외환딜러들이 가는 길이 달라진다.

미 연준도 지금 매와 비둘기의 다툼이 한창이다. 올해 금리 인상이 유력한데 매는 6월 인상 주장을 하고 있고, 비둘기는 내년 하반기를 거론하고 있다. 금리인상을 최대한 지양하는 비둘기다운 모습이다.

그렇다면 매와 비둘기 중 어느 쪽의 의견이 맞는 걸까. 월스트리트저널은 2013년 미 연준 내 매와 비둘기의 의사결정을 분석했다.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경제전망을 향후 비교해보니 비둘기가 매보다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경제전망을 비둘기일수록 잘했다는 얘기다.

노무라증권은 우리나라 금통위 성향을 두고 비둘기파 셋, 매파 하나, 중립 둘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며 역대 최저 금리인 1.75%를 끌어낸 배경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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