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먼저 풀려야 한국외교 샌드위치 신세 면한다

[한국외교 진단] 3.끝. 전문가들 "한반도 신뢰 빈곤·원칙 과잉에 빠져"

남북관계 먼저 풀려야 한국외교 샌드위치 신세 면한다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제가 태어난 1953년만 해도 한국은 전쟁의 고통 속에 원조에 의존하던 나라였습니다.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나라의 외교장관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제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우리 외교부와 유엔(UN)의 공동 주최로 9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막한 'UN 개발협력포럼(DCF)'의 고위급 심포지엄 개회사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이날 윤 장관의 소회는 전 세계 공적개발원조(ODA)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체감하는 외교수장의 남다른 감회라 할 수 있다. 지난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들의 2014년 ODA 잠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원조 규모는 18억5000만달러였다. 이는 28개 회원국 가운데 전년과 같은 16위에 해당되며 최근 5년간 우리나라 ODA 증가율은 회원국 중 1위였다.

윤 장관은 우리나라의 ODA 기여 의지도 알렸다. 이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격상된 국격에 맞는 자신감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국제사회 일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정작 박근혜정부의 외교분야 핵심정책들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고 진척도 더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최우선과제로 꼽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 속에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도 요원해 보인다. 오히려 '통일 대박'이라는 구호만 강조되면서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오해만 커지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를 '신뢰의 빈곤과 원칙의 과잉'으로 요약했다. 김 교수는 "변화무쌍한 정세변화와 돌출적인 쟁점들에 대해 때론 원칙을 강조하고 때론 신뢰를 강조하다 보면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비판받으면서 남북관계는 경색될 수 있다"며 "애석하게도 박근혜정부 2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실패에 가까이 와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이에 기반한 동북아 평화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동력을 잃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일본의 우경화와 영토주권 침해, 과거사 문제 등으로 빛을 잃었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현 방안으로 제안된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는 북한에 가로막혀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좋지 않으니 우리의 입지가 위축돼 외부의 압력에 굉장히 취약해진다"며 "남북이 평화공존하면 북한의 위협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고 안보에 있어 미국에 신세를 덜 지게 돼 대미관계에서도 얼마든지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우리 외교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꼬인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것이 우리 외교가 세계로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첫 단추인 셈이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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