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박준용 기자]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이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정몽헌 전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이모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태영 전남도지사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수사로 인해 모든 걸 잃었다는 무력감, 수치심 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부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는 원인 중 하나는 수사에 따른 사회적 명성의 추락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본인이 쌓아 놓은 것이 모두 무너진다고 생각하다보니 수치심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수사과정에 자살하는 사람들은 초범자의 비율이 높다"며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죽음이 억울한 입장을 밝히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검찰 수사 중 자살한 이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다. 정윤회 문건 파동 수사 당시 자살했던 최모 경위는 유서에서 자신과 친한 기자들이 자신을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갔다며 사건 진실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꼭 보도해달라"며 정치인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수사가 주변부로 뻗어가며 '주위사람ㆍ회사에게 해가 된다'는 미안함도 극단적인 선택의 배경으로 꼽힌다. 성 전회장도 부인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등 점차 수사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정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는 "검찰이 회사나 주변 사람등 여러 사람들에 대해 계좌 추적을 하겠다는 식으로 압박을 하면 수사가 자신의 문제가 아닌 주위사람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며 "항상 검찰은 가혹행위나 폭언은 없다고 하지만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심리적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살하는 사람에 대한 동정론 등 문화적 배경도 일정부분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서구 사회와 달리 유명인사의 자살을 미화하는 분위기가 극단적인 선택을 부른다는 분석이다.
피의자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며 피의자 인권보호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도 "이번 일을 계기로 구속영장 청구된 다음 심문을 기다리는 피의자의 심적고통에 대해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직 사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피의자에 대해 '주홍글씨'를 새긴 언론보도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에서 심한 면이 없지 않았다. 국민의 알 권리때문에 피의자 보도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무차별적 폭격을 가하는 상황이 있다"면서 "이런 사건 겪으며 언론도 자성의 계기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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