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커지는 유통街]요우커 장사만 된다…백화점, 파격세일도 안먹혀

백화점, 파격 할인 앞세운 봄 정기세일…행사장 제외하고는 썰렁
백화점 내 면세점은 중국인들로 장사진 이뤄…전혀 다른 풍경

5일 오후 2시께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철과 연결되는 입구에 놓인 '러블리 세일' 벚꽃 조형물이 고객들을 맞고 있다.

5일 오후 2시께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철과 연결되는 입구에 놓인 '러블리 세일' 벚꽃 조형물이 고객들을 맞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불황 타개를 외치며 백화점들이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 들어갔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꽁꽁 언 소비심리를 풀기엔 역부족이다. 미끼로 내놓은 초특가 상품만 사갈 뿐, 전체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자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대상 마케팅이 늘어나는 등 의존도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5일 오후 찾은 롯데백화점. 크록스, 동광, 대현, 시선 등 여러 브랜드의 패밀리세일이 진행된 9층 행사장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러나 1만, 2만, 3만원대 초특가 매대에도 둘러보는 사람만 많을 뿐, 선뜻 구매하는 이는 찾기 어려웠다. 한참 옷을 헤집던 한 주부는 "저기 가면 쉬폰 블라우스 하나에 7만원이 넘는데 이건 2만원대네. 싸긴 싸"라면서도 "딴 곳도 둘러보자"고 친구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 옆 매대에서는 캘빈클라인 가방이 70% 넘게 할인해 4만9000원, 5만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가방을 들어볼 뿐, 구매하기까지 심사숙고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같은 층 면세점을 찾은 요우커들이 할인행사장까지 둘러보며 내국인의 빈 자리를 메워준 턱에 판매직원 얼굴은 어둡지 않았다. 대부분 요우커는 한 번 상품을 둘러본 후 바로 지갑을 열어 결제하는 통 큰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5일 오후 3시경 롯데백화점 가구·가전매장. 혼수시즌인데도 한적하다.

5일 오후 3시경 롯데백화점 가구·가전매장. 혼수시즌인데도 한적하다.


고객이 많이 몰린 것도 9층 초특가행사장 한 곳일 뿐, 바로 아래 8층 가전·가구 매장이나 5층 남성복 매장 등은 훨씬 한적했다. 결혼성수기를 앞뒀지만 혼수고객들도 찾기 어려웠다. 남성정장매장을 지키던 한 판매직원은 "사람 되게 없다. 저쪽 저가브랜드만 사람이 좀 있고 여긴 안온다"고 푸념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백화점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백화점들은 이미 올 초부터 겨울상품 시즌오프 행사에 신년세일, 명품세일, 브랜드세일까지 수많은 세일을 해왔다. 그러나 '저렴한 실속상품'만 구매하는 짠돌이 소비패턴 때문에 올 1분기 실적은 역신장하거나 대부분 지난해보다 꺾였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지난 1~3월 기존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3% 성장했다. 2014년 1분기에 전년대비 4.2% 성장한 것과 비교된다. 현대백화점은 1~3월 누계 매출이 지난해와 같아 성장률이 0%였고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매출신장률이 -0.3%로역성장했다.
롯데면세점 설화수 매장 앞에 결제를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 50여명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롯데면세점 설화수 매장 앞에 결제를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 50여명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반면 면세점은 요우커 덕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한방화장품 설화수 매장 앞에는 결제를 기다리는 요우커 50여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너무 복잡하다고 말을 건네자 한 면세점 직원은 "원래 여기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어쩔수 없다"며 "쇼핑하기 힘들면 차라리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보는 건 어떠냐. 내국인들은 혜택도 더 많다"고 고객 분산을 유도하기도 했다. 증가하는 중국인 관광객 숫자를 따라 국내 면세점 실적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1분기 롯데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21% 신장했다. 성수기인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24% 성장했다. 호텔신라 역시 2013년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대비 9.7% 성장했던 것에서 지난해에는 25.2% 껑충 뛰는 등 나날이 증가세다.

면세점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이 어렵다보니까 면세점 성장세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이라며 "면세점은 외국인과 내국인이 7대3 비중인데 외국인 중에서도 중국인이 70~80%로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1년부터 중국인들이 한국을 많이 방문해 면세점이 함께 성장했다"며 "최근에는 개별여행으로 오는 20~30대 여성이 많아져 매출 톱 10개 상품 중 4개가 화장품"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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