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반(反)기업정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박 회장은 25일 대한상의 회장에 재추대된 뒤 취임사에서 그간 여러 노력에도 반기업정서가 여전하다면서 상의에 반기업정서를 다룰 전담부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상의도 이에 따라 조만간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후속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반기업정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전경련도 그동안 국민의 반기업ㆍ반시장 정서가 심해졌다고 판단될 때마다 회장단 회의의 주요 의제로 상정해 재계 차원의 공동 대책 방안을 논의해왔다. 박용만식 해법이 주목되는 것은 반기업정서의 대응방식과 주변 여건이 이전과는 달라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그동안 반기업정서와 관련된 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민의 여론이 잘못돼 있고 정부의 정책도 반기업,반시장기조라고 사실상 남 탓을 했다. 기업은 열심히 하는데 국민의 정서가 변하지 않았으니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경제교육도 확대하자는 게 그간의 대책이었다.
박 회장의 인식은 다르다. 재계와 상의고위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 회장은 기업이 더이상 여론 탓, 정부 탓을 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특히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사건 등 일부 재계 3,4세의 파행이 재벌가 전체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최근 국내 주요 그룹에서는 3세 경영을 넘어 4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로 창립 119주년을 맞은 두산그룹과 창립 68주년을 맞는 LG그룹은 이미 본격적인 4세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범삼성가에서는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이 27일 주총에서 사내이사를 맡아 4세 시대의 막을 열었다. 최소 10년, 늦어도 20년 내에 재계에 4세 경영체제가 완결된다는 말이다. 오너경영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만큼 오너경영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는 게 바른 길이다. 또한 과거에는 부자, 대기업은 무조건 싫다거나 분식회계, 정경유착, 변칙상속,부정축재 등이 반기업정서의 원인이 됐으나 최근에는 도덕성, 자질이 더 부각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은 기업과 오너일가에 더 높은 투명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도 이런 점을 인식한 듯하다. 우선 전담부서를 통해 반기업정서의 원인 분석과 이에 따른 대책도 찾아볼 계획이다. 단순히 정부에 건의나 요구를 하는 것을 떠나 박 회장과 상의가 주도적으로 재계에 반기업정서 해소를 위한 기업과 오너의 역할과 책임도 함께 주문할 예정이다.
재계의 노력에 맞춰 정부도 말로만 규제개혁을 떠들게 아니라 재계의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낼 실질적인 규제개혁과 친시장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펼쳐야한다. 정치권도 여론에 편승해 '재벌때리기'경쟁을 펼치거나 국감 때마다 총수들을 불러놓고 면박주고 답변은 몇 초만 듣는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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