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결국 200억 사재출연

동부메탈 회생 지원위해 책임부담 하기로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경영권을 잃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결국 사재출연이라는 승부수를 택했다. 경영권 상실이 동부메탈로까지 확대되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김 회장이 내놓은 사재만 500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25일 동부그룹과 금융권에 따르면 김준기 회장 일가는 최근 동부메탈의 회생 지원을 위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200억원 규모의 사채출연 의사를 전달했다. 김 회장 일가는 김 회장과 아들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의 동부화재 배당금 등을 활용해 100억원을 마련하고 김 부장이 보유한 동부메탈 채권 1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사재를 출연할 예정이다.

이번 사재출연은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감자(減資)없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앞서 채권단은 동부메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결의하면서 김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과 사채권자들의 상환유예 결의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경영권을 지켜주는 대신 책임을 부담하라는 의미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감자가 이뤄질 경우 김 회장 일가는 경영권을 잃게 된다.

채권단은 그간 꾸준히 김 회장 일가의 책임 부담을 요구해왔다. 과거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과정에서도 책임 부담 차원에서 사재출연을 요구했고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 회장 일가는 사재출연을 거부했고 이는 결국 동부제철, 동부건설에 대한 경영권 상실로 이어졌다. 김 회장의 이번 결정은 동부그룹 제조부문에 대한 연쇄 경영권 상실이 동부메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에도 동부메탈 대주주인 동부인베스트먼트에 사재 1300억원을 출연했다. 동부메탈 등 계열사의 연쇄 도산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도 동부하이텍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동부인베스트먼트에 3500억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한 바 있다.

이번 사재출연으로 김 회장 일가는 당분간 경영권 상실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동부팜한농은 지분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부메탈, 동부하이텍, 동부대우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당분간 동부그룹의 울타리에 남는다.

한편 동부메탈 워크아웃은 사채권자들의 상환유예 결의가 확정되는 대로 진행된다. 비협약채권자들의 상환유예 결의는 다음달 1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사채권자들이 채권단의 제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사채권자들이 상환유예를 거부할 경우에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곧바로 워크아웃을 개시하고 65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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