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럭셔리 펀드의 '굴욕'

수익률 높지만 자금 이탈 잇따라‥명품소비 감소에 투자자 환매 통한 차익실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원조' 럭셔리 펀드의 인기가 시들하다. 수익률은 좋지만 불황으로 인한 명품소비 감소에 투자자들이 환매를 통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4개의 럭셔리 펀드 중 3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올 들어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자[주식]A'에서는 26억원, '한국투자럭셔리 1(주식)(A)'에서는 6억원, '키움Global Luxury 1[주식]A1'에서는 3억원의 자금이 각각 유출됐다.

지난해 각각 50억원, 20억원, 23억원 등 총 9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자금 이탈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펀드들은 리치몬드, 루이비통, 티파니, 크리스찬 디올, 버버리 등 명품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이른바 럭셔리 펀드로 불린다.럭셔리 펀드의 수익률은 좋은 편이다. 올 들어 자금이 빠져나간 3개 펀드의 연초후 평균 수익률은 6.9%다.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3.93%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간을 확대해도 1년 14.6%, 3년 28.6%, 5년 96.08%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낸다.

럭셔리 간판을 단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이유로는 불황에 따른 명품소비 감소가 꼽히고 있다. 특히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중국의 명품 소비는 지난해 말 보다 1% 줄어든 1150억위안으로 8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명품업계에서 콧대 높은 샤넬마저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가방 가격을 최대 20% 내릴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로 차익 실현에 나서며 럭셔리 펀드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명품소비 감소 우려에 새 투자자금도 흘러들어오지 않고 있다.

반면 원조 럭셔리 펀드들보다 1년 이상 늦게 출시된 럭셔리 펀드인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자 1(주식)Class C'만 올해 1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펀드명에서 '럭셔리' 단어를 감춘 유일한 이 펀드는 지난해만 112억원을 모았다.

이 펀드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 기업에도 대거 투자하지만 리치몬드,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명품업체에도 상당수 투자해 럭셔리 펀드로 분류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경기 부진으로 명품소비가 줄면서 럭셔리 펀드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럭셔리 간판을 내린 럭셔리 펀드만이 조용한 자금몰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