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금기어 구사의 심리학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성기는 어느 문화권이나 금기 단어다.

우리가 남성 성기를 가리키는 우리말 대신 ‘페니스’를 곧잘 쓰는 데에는 ‘그것’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게 점잖은 태도라는 기본적인 관념이 깔려 있다. 현재 우리말 성기 명칭인 ‘보지’와 ‘자지’도 실은 조선시대에 외국에서 들여온 단어였다. 이는 두 단어가 조선시대 중국어 어휘집인 ‘역어유해’(譯語類解)에 표제어로 올랐다는 데에서 확인된다. 이 어휘집은 숙종 16년 때인 1690년에 사역원에서 간행했다.

심재기 서울대 명예교수는 책 ‘국어어휘론 신강’에서 이 사실을 전하며 “당시 중국어에는 남녀 성기를 가리키는 다른 단어가 있었다”며 “따라서 두 단어는 중국에서도 외래어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금기어를 거리낌없이 입에 올리는 일은 ‘나는 체면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내는 효과를 낸다. 저속하고 험악한 육두문자를 구사하는 행동은 건달이 몸에 휘감은 문신과 흉터를 드러냄으로써 ‘나는 내 몸을 이렇게 굴리는 놈’이라는 경고를 내보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욕설에는 남녀 성기로 시작하는 게 많다. 이 점에 착안해 욕을 신체 일부가 앞에 나온다는 뜻에서 ‘육두문자’(肉頭文字)라고 완곡하게 말하기도 하다.

한편 욕설은 영어로는 ‘4자단어’(four-letter word)라고 불린다. 영어에서 야비한 단어 중에 fuck, shit, homo, cock, damn 등 네 글자로 이뤄진 게 많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성기와 섹스를 어머니와 연결지으면 가장 저열한, 즉 최고 등급의 욕이 만들어진다. 영어로는 mother fucking에 해당하는 욕설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쓰인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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