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끈 '살짝' 돌려 시장 삼켰다…보아發 '혁신'

다이얼 형태 운동화 끈으로 등산화 시장 바꿔


[아시아경제신문 김현정 기자] 영업직이 아니더라도 근무 시간에 마음껏 외출이 가능한 회사가 있다. 자전거를 타거나 등산을 떠나도 눈치주지 않는다. 철인 3종 경기 참가비를 내주고, 스키장 리프트권이나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어준다. 대표 제품은 딱 한 가지 뿐이다. 이미 간판을 내렸을 것 같은 이 회사는, 현재 업계 글로벌 최고기업이 됐다. 아웃도어 제품 가운데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혁신을 이끌어낸 '보아테크놀러지'에 대한 얘기다.

국내 대부분의 등산화 신제품은 이 시스템을 차용한다. 여러개의 구멍에 번갈아 끼워 동여매던 것에서 이제는 발등이나 옆에 부착된 다이얼을 돌리는 것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이 다이얼과 끈을 통칭 '보아 시스템'이라 부른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등산화 시장을 완전히 바꾼 예다. 이 시스템을 세계시장에 판매하는 보아테크놀러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소더버그를 인터뷰 했다.

"창업주인 게리 해머슬랙이 아이들과 여가를 즐기다가 생각해 낸 게 바로 보아시스템입니다. 스노우보드 부츠와 하키 스케이트 신발끈을 묶어줬는데, 잘 고정되지 않고 세게 묶을 수 없어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죠. 발명가이자 사업가였던 개리는 연구 끝에 2001년 세계 최초로 보아 시스템을 개발해냈습니다."보아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등산화 뿐 아니라 스노우보드부츠, 군사용 장비 등에도 사용된다. 강한 결합이 필요한 경우들이다. 그러나 완제품은 생산하지 않는다. 오로지 다이얼, 그리고 끈에 대한 기술만을 연구한다. 관련 분야의 시장점유율(MS)은 95% 수준이다. 노스페이스, K2, 블랙야크, 밀레 등 대형 아웃도어 업체들이 올해 출시한 등산화나 워킹화 신제품 대부분이 보아 시스템을 쓰고있다.

"보아는 정기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신발이나 부츠 등을 자체개발하는 것은 우리의 비즈니스모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신발 디자인, 성능, 착용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해 브랜드 파트너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죠."

한국은 보아의 가장 큰 파트너십 국가 중 하나다.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은 전략적인 측면, 그 이상의 시장"이라는 게 그의 설명. "한국은 혁신기술을 위한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얼리 어답터'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글로벌 트렌드가 한국에서 시작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죠. 한국에서의 성공은 곧 세계에서의 성공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특히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매우 커서 보아에게는 최우선 순위의 파트너 국가입니다."

기술 중심의 회사답게 사내 복지나 처우가 눈에 띈다. 앞서 소개한것 처럼 자유로운 아웃도어 활동을 권장하고, 이를 통해 업무효율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았다. 업계 최고 수준의 의료혜택 뿐 아니라 다양한 보조금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회사와 직원 상호간의 신뢰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직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고, 정직하게 근무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무시간중에도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할 수 있게 장려하는 것이죠. 이런 활동이 건강과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많은 연구들이 있습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