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옹호 버핏, 납세는 최대한 천천히

FT "납부 미룬 세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수익 올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워런 버핏이 세금 납부를 최대한 미뤘던 것이 그의 성공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버핏은 증세 옹호론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면에는 납세를 미루면서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은 4일 버핏이 회장을 맡고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이 회사는 619억 달러(68조원)의 법인세 납부를 납부 기일까지 미뤄 왔다. 버핏으로서는 만기일까지 최대한 세금 납부를 미룬 대신 다른 곳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고 이는 버핏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지적이다.또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최대 법인세 납부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지만 세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이는 버핏의 투자 경력에서 하나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버핏은 50년 전 사업에 나서 버크셔의 경영권을 맡았을 때도 그 이전 적자를 수년 간 기록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버크셔는 지난해 세금으로 49억 달러를 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버크셔의 수익을 고려하면 79억 달러를 세금으로 내야했지만 그 만큼 차액을 아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 말 버크셔의 이연세금(deferred taxes) 총액은 10년 전 대비 5배 이상 많다. 이는 버핏이 철도나 전력 회사 등의 인수에 나서면서 두드러진 모습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버크셔는 배당도 하지 않는다. 버핏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다가 배당을 하면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내야하는데 이를 꺼리기 때문이다.버핏의 절세 노력은 최근에는 주식 등 자산교환 거래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다. 수익성 높은 장기 보유 주식을 팔면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버핏은 최근 수년 동안 프록터&갬블 등과의 주식 교환을 통해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피해왔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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