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현대차 이어 SK까지…'스펙 초월' 대기업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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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신입사원 채용시 어학점수·인턴·봉사활동 등 소위 말하는 '스펙'을 보지 않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LG그룹과 현대자동차에 이어 SK그룹도 입사지원서에 스펙 항목 기재란을 없애기로 했다. 과도한 스펙경쟁을 줄이고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늘리기 위한 취지에서다.

5일 SK그룹은 오는 9일 시작되는 올 상반기 대졸 공채부터 입사지원서에 외국어 성적, IT활용능력, 해외경험, 수상경력, 업무경험 등의 스펙 기재란을 아예 빼기로 했다. 입사지원서에 부착하던 증명사진도 받지 않는다. 채용상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아니면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대신 최소한의 검증을 위한 학력과 전공, 학점 등의 기본 정보만 기재토록 했다. 해외 영업직이나 제약 연구 등 특정 직무 분야에 한해서는 업무 적합성 차원에서 외국어 성적이나 자격증을 입력하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SK는 지원자들의 도전 정신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바이킹 챌린지' 선발 비중도 전체 인턴 채용의 10%에서 20%까지 확대키로 했다.

10대 기업 중 '스펙 초월' 채용의 포문을 연 건 LG그룹이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부터 입사지원서에 수상 경력·어학연수·봉사활동 등을 기재하는 입력란을 없앴다. 주민등록번호·증명사진·가족관계·주소 입력까지도 삭제했다. 다만 해당 역량이 필요한 직무 지원자만 공인어학성적이나 자격증을 입력하게 했다. 자기소개서도 최대 3문항까지만 묻는 형식으로 단순화했다. 신입사원 채용 시 과도한 스펙을 배제하는 '스펙 초월' 채용이 일부 시행됐지만, 공채 전반에 걸쳐 스펙을 보지 않기로 한 건 10대 기업 중 LG가 처음이다.

지난 2일 채용을 시작한 현대차 또한 상반기 대졸 신입·인턴사원 채용에서 서류전형의 동아리, 봉사활동 활동란을 없애는 등 스펙 입력 항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대신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인재 발굴을 위해 면접전형에서 실질적인 영어회화능력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기업들이 이처럼 '스펙 초월'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은 과도한 스펙쌓기 경쟁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직무수행 능력 중심의 열린채용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수치화, 계량화된 스펙은 학창시절의 성실함을 증명할 수는 있지만, 기업과 맞는 인재라는 것을 보증하지는 않는다"며 "직무역량 평가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의 부합여부가 앞으로 지원자들의 채용 기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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