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없어도 아시아 돈 줄 안마른다

일본·유럽 양적완화 지속…아시아 채권 시장 호황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융위기 이후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면서 아시아 신흥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나 유럽·일본의 양적완화가 이를 상쇄하고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로 올해 들어서 한국·인도·인도네시아 현지 통화 채권 시장에 유입된 해외 자금 규모는 144억달러(약 15조8212억원)로 추산된다. 인도로 53억5000만달러가, 인도네시아로 37억달러가 유입됐다. 인도네시아의 유입액은 13년만에 최고치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한국 원화 채권 53억40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억달러의 두배가 넘는 것이다.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0.21%포인트 내린 4.19%를 기록중이다. 이는 신흥국 전체 평균 금리 4.72%를 밑도는 것이다.

펀드조사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아시아에 투자하는 채권 펀드가 올 들어 유치한 투자금은 11억달러다. 6억5400만달러가 유출됐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라틴 아메리카 채권 펀드의 경우 올 들어 지금까지 4400만달러가 유입되는 데 그쳤다. 유럽·중동·아프리카 신흥국들의 경우 4800만달러가 유출됐다.

아시아 채권 시장의 경우 수익률 면에서도 신흥국 1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 현지 통화 채권의 평균 투자 수익률은 올해 2.3%를 기록중이다. 인도네시아가 8.4%로 가장 높고 중국 역시 2.6%로 선방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수익률은 0.4%에 그치고 있고 유럽의 경우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아시아가 안정적인 수익처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는 점도 중동 등 다른 신흥국과 비교된다.

JP모건의 벤 시 아시아 채권 시장 대표는 "라틴아메리카가 발행한 채권의 경우 에너지 분야와의 연동성이 높고 기업들의 부패 문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동유럽 신흥국의 경우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인접하고 있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는 신흥시장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외환시장이 안정적인 것도 매력적이다. 영국 HSBC는 "신흥국 중 통화 변동성이 가장 낮은 곳이 아시아"라면서 "중국과 인도의 경우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프랑스은행 소시에떼제네랄은 필리핀과 베트남, 스리랑카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버딘자산운용의 에드윈 구티에레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을 걱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른 모든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고 있고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유동성은 걱정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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