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최영휘 前신한맨으로 신한 꺾기

최종 사외이사 후보에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경쟁사 전 CEO 파격 영입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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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이장현 기자] "신한금융에 재직할 당시에는 새로운 문화를 가진 '뉴뱅크'를 만들기 위해 힘썼죠. 허허허…".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후보로 선임된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16일 본지 전화통화에서 말을 아꼈다. 소감도 짧은 웃음으로 대신했다. 아직 정기주총을 거쳐야 하는 탓이다. 하지만 목소리는 담담했다. 신한금융에서의 경영 노하우를 토대로 KB금융의 재건과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속내가 느껴졌다. 최 전 사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때부터 2003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오른 '신한맨'이다. 한국은행과 옛 재무부 사무관을 거쳐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신한은행 국제부장과 종합기획부장, 부행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에 이어 2003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올랐다.

2005년에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통합작업을 총괄 지휘했다. 이때 그가 내세운 것이 '뉴뱅크'다. 물리적 통합에 그치지 않고 문화까지 융합하는 파격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 중심의 흡수합병을 원했던 신한금융과 마찰을 빚었고,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당시 회장과도 불협화음이 생겼다.

그는 그해 5월 신한금융 이사회를 통해 해임됐다. 그렇게 금융권을 떠났던 최 전 사장이 10여년만에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복귀한 것이다.신한맨을 품어안은 KB금융의 결단도 파격적이다. 출신과 경력을 떠나 능력을 우대하겠다는 뜻이다. 신한에게 빼앗긴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신한의 DNA도 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환골탈태의 배수진을 친 것이다.

지난 해 KB사태로 불거진 지배구조 문제와 금융사고 등으로 헐거워진 조직 문화를 절연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KB금융 관계자는 "여성을 포함해 회계ㆍ재무 전문가, 현업종사자, 금융권 경력자 등 직업군을 다양하게 구성했다"며 "주주, 이해관계자 및 사회적 요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앞서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 전 사장 외에도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김중회 전 KB금융 사장을 후보로 선임했다.

다만 김중회 전 사장은 "현대중공업 사외이사직을 수락했다"며 KB금융측에 고사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을 상대로) 끝까지 설득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김 전 사장이 끝까지 고사하면 기존 후보 군에서 새로 뽑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B금융은 최종 사외이사후보 7명에 대한 자격검증 절차를 거친 후 결격요건이 없으면 오는 27일 이사회를 거쳐 다음달 정기주주총회에 사외이사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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