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풍년에 입주 품귀…'불안'의 빅뱅

새 아파트 완공까지는 최소 2년6개월 기다려야
실제 서울 입주물량은 497가구뿐…그 마저도 대거 월세로
수요·공급 불균형에 비수기에도 아랑곳…39주째 뛰어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이민찬 기자] #중학교 진학 자녀를 둔 이모씨(45세)는 최근 직장에 휴가를 냈다. 다른 일이 아니고 전셋집을 찾기 위해서다. 국제학교 진학이 무산되고 서울 강남 소재 중학교 입학을 하게 됐는데 좀처럼 전세물건을 잡기 어려워 휴가까지 낸 것이다. 하지만 종일 중개업소를 둘러본 그는 전셋값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전세물건이 없을 뿐 아니라 생각보다 크게 뛴 가격 때문이다. 결국 이씨가 계약한 전세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30년 넘은 전세금 3억7000만원짜리였다. 난방도 시원찮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 시장 혼란은 가중된다. 전세시장이 딱 이 모양이다. 새 학기를 앞두고 이사철이 시작돼 전세물건을 찾는 수요자들은 넘쳐나지만 전세물건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에서는 겨울 내내 전셋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았고 이사철까지 겹치며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확대와 함께 내집마련 수요 전환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상황을 해결하기는 버겁다. 고달파지기만 하는 서민들의 주거난 실상이다. ◆분양은 충분해도 입주는 쥐꼬리= 수요자들은 당장에는 의미없는 통계수치의 향연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분양물량만 풍성하다. 다음달 전국적으로 4만가구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분양된다. 설 연휴 이후 다음달까지 아파트 분양은 전국 45곳에서 4만가구가 넘는다. 국민임대와 장기전세임대를 제외하고도 3만7000가구에 달한다. 리얼투데이는 수도권에서만 26곳, 2만6516가구가 분양하고 이 중 2만3625가구를 일반분양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분양 물량은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다. 완공돼 입주하기까지는 적어도 2년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같은 시기 당장 전세나 반전세 등의 임대차 물량으로 나올 수 있는 입주물량은 3분의1에 불과하다. 서울은 더욱 적다. 전체 입주물량의 3.6%밖에 되지 않는다. 용산구 문배동과 중랑구 면목동에서 총 497가구가 입주한다. 나머지 수도권 입주물량 1738가구는 모두 인천 서창지구의 국민임대 아파트다.

봄 이사철과 재건축 이주수요가 맞물리는 시점에 새 아파트 공급물량이 줄면서 전셋집을 구하는 수요자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새 아파트 입주(임대 포함)는 1만3675가구로 이달(2만2371가구)보다 38.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입주물량은 73%가 줄어든 2235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66.2%(4387가구)가 줄었다. 결국 분양은 풍부하지만 입주물량은 부족한 수요-공급간 불일치 현상은 전세난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이승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주택경기가 얼어붙었던 2010년 이후 대구·부산·경남 등을 위주로 분양이 넘쳤지만 서울과 외곽지역의 분양이 줄었던 게 현재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올해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에서만 재건축으로 1만3000여 가구가 이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지역은 물론 인근지역에까지 수요가 몰려 극심한 전세난이 불보듯 뻔하다.

분양 풍년에 입주 품귀…'불안'의 빅뱅

◆39주째 오르막, 브레이크 없는 전셋값= 수도권 전셋값은 지난해 5월 이후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시장의 비수기임에도 상승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집주인들이 대거 월세주택으로 전환하며 월셋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임차인들은 여전히 전셋집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주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수급불균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 지난주 수도권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4% 오르며 39주째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겨울 한파도 전셋값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수도권 전셋값은 연초까지 0.1%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매주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은 지난주 대비 상승폭 확대되며 오름세가 지속됐다. 특히 강남지역은 전주 대비 0.29% 오르며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전셋값이 장기간 상승하자 최근에는 중대형 평형의 전셋값이 크게 뛰고 있다. 중소형이 이미 매매가에 육박하자 중대형으로 옮겨가는 수요 증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실제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153㎡를 초과하는 대형 평형의 전셋값은 0.27% 상승해 지난주에 이어 가장 많이 올랐다. 102㎡ 초과~135㎡ 이하 평형도 0.24% 올랐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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