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정책의 딜레마, 디플레탈출 vs 체감물가안정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1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0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주 차관은 "정부는 2015년 물가정책 방향을 유통구조 개선, 경쟁 활성화 등에 두고 국민들이 물가안정 기조를 체감하고 실질구매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기획재정부>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1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0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주 차관은 "정부는 2015년 물가정책 방향을 유통구조 개선, 경쟁 활성화 등에 두고 국민들이 물가안정 기조를 체감하고 실질구매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기획재정부>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부가 28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내놓은 2015년 물가정책방향에는 물가정책의 딜레마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소비자물가는 26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유가와 원자재가격의 하락으로 추가 인하요인이 발생해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물가하락이 경제에 결코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내수와 소비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의 저물가 기조는 경제주체의 생산과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디플레이션의 우려다.

하지만 지표상 1%대의 저물가는 국민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괴리가 있다. 연초부터 담배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으로 80%가 올랐고 중앙과 지방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가능성이 있다. 유가와 원자재가격 하락이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격에 적기에 반영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공식품 물가상승은 장바구니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가계소비지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른바 4대 가계부담(교육비·통신비·의료비·주거비)은 여전하고 설을 앞두고서는 설성수품과 가공식품 등의 물가인상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물가 상승압력 vs 하방위험 상존=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가 0.8% 상승에 그치는 등 26개월 연속 1%대 이하의 안정적 흐름을 지속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014년 9월 이후 1%대를 지속하고 있으며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도 0%대를 유지하고 있다. 낮은 물가 상승세는 농산물·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측 요인과 내수부진 등에 따른 수요측 압력 둔화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

정부는 내수회복 등은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나 유가·곡물가격 하락 등의 하방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유가하락은 바이오에너지 등 곡물 수요증가세 둔화로 이어지면서 원자재·곡물 동시 안정세를 상당 기간 유지할 가능성을 점쳤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은 원가 변화를 통해 제품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비효율적이고 독과점적인 유통구조 등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유가 하락 효과가 석유제품에 반영되고 있으나 유통 단계별(정유사-주유소) 마진 변화로 반영 효과가 일부 지연되고 있다. 일부 유화제품·가공식품의 경우 원가가 하락했으나 환율이나 인건비, 판관비 등 여타 요인 등으로 가격을 소폭 인하했거나 인상했다. 공공요금 등의 경우 유가 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낮은 원가보상률 등에 따른 누적적자로 인해 인하여력이 낮은 상황이다.정부는 유가하락 효과가 성장 등 경제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기 위해 소비자 가격에 조속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여력을 서비스 확충 및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효율·독과점 유통구조 원자재값 하락 반영 못 해=원자재 가격이 제품이나 서비스가격에 반영하는 효과가 미흡한 원인은 복잡하고 독과점화된 유통 구조로 인해 원자재 가격 하락이 유통 경로 내에서 흡수되는 등 최종재 가격 반영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경우 유통단계가 5·7단계로 복잡하고 물류·보관 등의 비효율로 유통비용이 높은 수준이다. 또한 공산품의 경우 유통단계는 2·3단계(제조사→도매→소매→소비자)로 비교적 단순하나 주요 유통경로인 대규모 유통업체가 과점화돼 있고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등으로 가격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 수입품의 경우 상표별 독점 수입권자에 의해 수입·유통돼 유통마진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 가격정책도 문제다. 국제원자재 가격하락의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이 쉽게 가격 인하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품목별 상이한 원가구조, 환율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원자재 가격 하락의 소비자물가 반영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타이어 등 화학제품은 국제원자재 비중이 높은 반면, 전기기기·반도체 등 전자제품 등은 국제 원자재 비중이 미미하다. 원자재 원가 비중이 낮거나 가격이 상승한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품목의 경우 최근 가격이 상승했다.
2015년 물가정책방향

2015년 물가정책방향


◆정부, 원자재값 하락→소득증대·소비활성화→성장세 확대 추진=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물가정책은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 실질 소득 증대, 소비 활성화 → 성장세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요금에 원가하락 효과를 적기에 반영하고 인상 요인은 자구노력 등을 통해 최대한 흡수하는 등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원자재 가격 비중이 큰 석유제품, 가공식품 등의 가격반영을 유도하기로 했다. 복잡하고 독과점화된 유통구조 개선으로 가격 하방경직성을 완화하고 교육·통신·의료·주거비, 농축산물 등 서민 밀접 물가도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요금의 경우 도시가스, 항공 유류할증료 등 원료 가격과 연동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유가 하락을 적기에 반영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또 셀프주유기 대량 공동구매 등을 통해 알뜰주유소의 셀프화를 지원, 소비자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알뜰주유소를 통해 가격 경쟁을 촉진시켜 일반 주유소로도 가격 인하 효과를 유발하겠다는 것이다. 석유시장감시단 등 소비자단체에 가격 비교정보 제공을 확대해 간접적으로 일선주유소의 가격 인하에 압력을 가할 방침이다.

공공기관의 유류 공동구매 확대로 공공부문의 비용절감 효과도 노리고 있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경쟁을 확대해 가격 안정 기능 강화에서 나선다. 현재 석유사업자로 한정돼 있는 전자상거래 참여자를 공공기관과 운수업체 등 비석유업 대형 직매처까지 확대하면 가격이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구조 개선으로 가격하락 반영…직구로 경쟁촉진=정부는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는 데 대한 주요 걸림돌로 유통구조의 문제를 꼽고 유통구조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독과점적인 유통구조 개선 방안으로는 시장감시 강화와 경쟁촉진책을 내놓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이 각종 명목의 비용 전가와 판촉사원 파견 강요 등 납품비용을 상승시키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하는지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TV홈쇼핑분야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경쟁을 통한 국내 상품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해외직구와 병행수입 활성화 정책도 동원한다.

예상세액 조회와 통관 진행 상황의 실시간 조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인천공항 내 특송화물전용 물류센터를 신축해 해외직구 물품 배송시간을 단축시킬 계획이다. 병행수입의 경우도 관세청의 통관인증제 대상 상표를 확대하고, 품목별 병행수입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병행수입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농수산물 가격 하락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농수산물 직매장 확대 등으로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전자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2∼3월 신학기 가계부담 최소화=정부는 교육비와 통신비, 의료비, 주거비 등 서민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생활물가 관리에도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2∼3월 신학기 가계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학등록금과 교복비, 학원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사교육비 경감을 추진하기로 했다. 등록금의 경우 동결 및 인하를 유도하고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완성하는 한편 교복비 인하를 위해 국공립학교의 학교주관구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학원비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대로 학원 옥외가격 표시제의 전면확대등에 나서기로 했다. 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 도입도 추진된다. 통신비 역시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를 활성화해 지원금을 받지 않고 서비스에 가입하는 이용자에게 12%의 추가요금할인을 제공하는 등 가격 안정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 밖에 의료비는 비급여 항목을 개선하고 주거비도 최근 발표한 임대주택 공급확대로 안정을 꾀하기로 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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