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전문]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근로조건 격차 줄이겠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현재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려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우선적으로 개선해 서로의 격차를 줄여가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미리 배포한 '2015년 신년사'를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고용부는 29일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55세 이상 고령자에게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발표하고, 공식논의를 요청했다.아래는 이 장관의 신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전국의 근로자와 기업인 여러분 그리고 고용노동 가족 여러분!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융합과 배려의 상징인 羊의 해를 맞아 너와 내가 하나라는 공동체 정신으로
노사가 화합하고 상생하는 희망찬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고, 땀의 가치가 소중히 새겨지는 건강한 한해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지난 해 정부는 노사와 함께 고용률 70%와 노사관계 선진화를 목표로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성과를 창출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특히, 일학습병행제, 시간선택제 일자리, 고용복지 통합전달체계 구축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여 현장의 변화와 혁신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노력한 결과,취업자 수가 전망치인 45만명을 넘어섰고, 청년·여성·장년 등 핵심 대상의 고용률도 지속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산업현장의 노사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노사정 대화가 정상화되어 현재와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구체적인 실행일정에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국민들은 최근 몇 년간 우리사회의 가장 큰 과제로 일자리 문제를 꼽고 계십니다.

더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어야 하고, 능력 있는 누구나 일자리를 가질 수 있으며, 일하는 사람 간 근로조건, 소득 등의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큽니다.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에는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지금의 노동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불합리한 비정규직 차별, 간접고용 확대, 불공정한 대-중소기업 및 원?하청 구조,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대립적 노사관계 등으로 인하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가 심해지고, 일자리를 창출할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해는 완만한 경기회복(경제성장률 3.8%)과 취업자 증가세(45만명)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만, 기저효과 등으로 작년에 비해 고용증가폭이 둔화되고,
일부 업종의 고용조정 등이 예상되어 노동시장 여건이 쉽게 나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내년부터 시행될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등을 둘러싼 현장의 힘겨루기도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전국의 근로자와 구직자, 그리고 기업인 여러분!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능력 있는 성실한 근로자가 정년 60세까지
차별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경쟁, 산업구조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노동시장의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야 합니다.

올해도 정부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일자리?에 두고, 일을 통한 국민행복을 달성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현재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찾고 있는 구직자, 더 나아가 앞으로 자라나는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고용생태계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금년 한해 고용노동부는 다음 세 가지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첫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역량을 극대화하고, 핵심 대상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강화해 추진하겠습니다.

3년차를 맞아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기존 로드맵 과제를 점검?보완?강화하고,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신규 과제들을 포함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겠습니다.

지역별-산업별 고용노동 지도를 구축하여중앙과 지역단위의 일자리 프로그램과 효과적으로 매칭하고, 이 과정에서 지역?업종별 협의체의 역할을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등 지역?산업별 고용정책도 활성화하겠습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이 민간일자리로 연결되도록 디딤돌 기능을 강화하고,
부정수급 관리 강화 등 일자리 재정 지출의 효과성도 높이겠습니다.

능력중심사회 조성을 위해 일학습병행제를 재학생단계까지 넓혀나가고 대-중소상생형 등 우수모델을 창출하여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겠습니다.

작년에 이어 서비스업종을 주요 타깃으로 자발적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활성화하고전일제 근로자의 전환, 일자리 질 개선 등 여성의 계속 일하기를 지원하겠습니다.

장년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등 ?장년고용 종합대책?(’13.12.18)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60세 정년 의무화에 맞춰 임금피크제 도입 및 기업의 자율적인 임금체계 개편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둘째, 일하는 사람과 일할능력이 없는 사람 모두 일을 통해 기본적 생활이 보장됨으로써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노사정위에 보고한 ?비정규직 종합대책?(’14.12.29)을 토대로 기간제, 파견, (건설)일용, 용역, 도급, 특수형태업무, 가사근로 등 다양한 고용형태와 일하는 방식별로 나타나는 차별적 처우와 애로를 파악하여 당사자 입장에서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최저임금의 소득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현장에서의 이행력을 확보하는 한편, 중소기업 근로자의 퇴직연금 등 재산형성 지원을 확충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소득 보장과 근로조건을 보호하겠습니다.

저임금 근로자, 일용근로자, 예술인, 특수형태업무종사자 등의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고, 고용보험제도 시행 20년을 계기로 실업급여의 종합적인 개편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보장성을 강화하고 재취업 촉진 기능을 제고하겠습니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20개소 더 설치해 맞춤형 고용복지 통합서비스 전달체계를
공고히 하는 한편, 기존 고용센터의 조직?인력?서비스 개편을 통해 수요자 맞춤형 취업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보육 등 전반적인 복지서비스에 있어 더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개편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사업장 안전, 근로자 건강보호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산업현장의 각종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산재근로자의 직장복귀를 적극 지원하며, 안전보건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강화하고 ?산업안전보건 혁신 마스터플랜?을 곧 발표하는 등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사의 참여와 협력을 토대로 노동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새로운 고용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직무?성과?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의 단축과 유연적 활용을 통한 장시간근로 관행 개선, 근로계약 해지에 관한 투명하고 명확한 절차와 기준 마련 등을 추진하고, 원청 대기업의 2, 3차 중소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여 근로조건 개선 등 격차를 줄이겠습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많이 늘리면서도, 정규직 직접 고용 여건이 굳건히 다져지고, 일자리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근로자간 격차가 완화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국의 근로자와 구직자, 그리고 기업인 여러분!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통이 따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합니다.

노사정이 합의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따라 세부 과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양보하고, 자라나는 우리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책임 있는 자세로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현재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자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시장에서 어려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우선적으로 개선하고, 여건이 좀 더 나은 분들은 조금 천천히 감으로써 서로의 격차를 줄여가자는 취지입니다.

단지 “함께, 같이, 계속”일하고 싶었던 이 땅의 장그래와 같은 청년들의 소망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노사가 단기적인 이해득실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갖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힘과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전국의 고용노동가족 여러분!

올해는 현 정부 3년차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어려움이 없는지 끊임없이 살펴보고, 창의적인 대안도 열심히 찾아내야 합니다.

국민의 일자리 행복을 위한 우리 스스로의 각오와 다짐도 새롭게 점검해야 합니다.

마음과 마음은 통한다고 합니다. 모두 온 마음과 온 힘을 다 하면(全心全力) 어떠한 과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격무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에도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기권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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