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백' 종영, 무엇을 남겼나?…슬픈 현대인의 사랑, 그리고 배우 '이준'

'미스터백' 이미지 /홈페이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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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준 기자]진정한 사랑. 감히 입에 담을 수도 없고, 한 마디 말로 정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그 본질이 표현되는 양상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과하고 또 덜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누군가의 감정에 이렇다 낙인을 찍는 것도 무례한 일이다.

그래서 지난 25일 크리스마스 방송분을 마지막으로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미스터백'(극본 최윤정, 연출 이상엽)이 더 돋보였는지도 모른다. 30대로 되돌아간 갑부 노인의 로맨스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이 작품은 삭막한 현대인의 삶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소소한 감정들에 초점을 맞춰 공감되는 사랑의 의미를 그려냈다.▲ 앞만 보고 살아 온 가장의 후회, 애인·가족과의 소소한 행복은 '어디에?'

'미스터백' 장나라와 신하균 /홈페이지 발췌

'미스터백' 장나라와 신하균 /홈페이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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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인공 최고봉(신하균 분)은 70대 노인이자 대한리조트의 회장이다. 그는 이름 그대로 최고만을 꿈꾸며 앞만 보고 달라온 인물이다. 당연하겠지만 가족을 돌보는 데 소홀했고, 아내는 죽고 아들은 나이를 먹어서까지 반항기로 똘똘 뭉친 문제아가 됐다. 덕분에 가진 막대한 부도 최고봉에게 아무런 행복의 조건이 되지 못 하는 상황.

그런 그가 우연한 사고로 젊음을 되찾았다. 지난 시절에 없었던 여유가 생긴 셈이다. 먼저 돈 없고 '빽' 없는 은하수(장나라 분)를 만나게 돼 아내에게 다하지 못 한 소소한 애정을 표현하게 됐고,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아들 최대한(이준 분)과도 삼각관계로 엮이면서 그의 마음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드러났다. 이는 최고봉을 아프게 했다. 그는 배다른 형제 최신형으로 위장해 최대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부자지간의 애정을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 최고를 부르짖으며 가부장적이던 아버지가 아닌 비슷한 눈높이를 지닌 형으로서 좀 더 속 깊은 이해자가 된 것이다.

▲ 이제 그만 엠블랙은 잊어라, 두말 할 필요 없는 '배우 이준'

'미스터백' 이준과 신하균 /홈페이지 발췌

'미스터백' 이준과 신하균 /홈페이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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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백'이 사랑의 진실한 의미에 한발 더 근접했다면, 그 이야기가 준 감동의 기반에는 배우 이준이 있었다. 신하균과 장나라는 이미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력으로 입지를 굳힌 톱배우. 최근 아이돌그룹 엠블랙에서 탈퇴한 이준은 그런 그들과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내며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내비쳤다.

이준의 역할은 위에서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사고뭉치에다 바람둥이인 재벌2세 최대한. 그는 그간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인 넘치는 장난기는 물론이고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시청자들은 그의 웃음을 보고 함께 미소 지을 수 있었고, 가족(특히 아버지 최고봉)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통해서는 그 슬픔을 공유할 수 있었다.

▲ 다소 아쉬웠던 시청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미스터백'은 화제성만큼이나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첫 회가 기록한 14.2%(닐슨 기준). 이후 이 작품은 이야기 중반까지 꾸준히 10%대를 유지했으며, 최근엔 한자릿수로 떨어지며 SBS '피노키오'와 수목극 왕좌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마지막회에서는 10.6%로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미스터백'에는 담겨 있었다.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작품이 전한 메시지가 삭막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 위안이 된 것. 이는 시청자게시판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26일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미스터백'과 함께 행복했다"를 외치고 있는 것. 이만큼 확실한 증거가 또 어디에 있을까.




장용준 기자 zelr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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