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부터 '상의원'까지..유연석의 끝없는 성장

유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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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유연석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말랑말랑하다. 흰 피부에 깨끗한 미소를 지녔고, 꼿꼿한 자세와 바른 언행도 눈길을 끈다. 그의 강점은 무엇보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얼굴이다. 한없이 착한 사람도 끝없이 비열한 사람도 될 수 있는, 배우로서 탁월한 장점을 지녔다.

지난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으로 등장한 그는 닮아도 너무 닮은 외모 때문에 화제가 됐다. 본 적은 없지만 유지태의 학창 시절 모습이 꼭 그랬을 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됐는지, 유연석은 긴 시간 동안 이렇다 할 작품을 만나지 못한 채 '중고 신인'에 머물러야 했다.2008년 드라마 '종합병원 2'에서 차태현의 동료 의사로 출연했으나 얼굴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2009년 드라마 '혼'에선 주인공 이서진과 맞선 김갑수의 아들 역할을 맡아 조금이나마 연기력을 내보일 수 있었다. 이밖에도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매력을 뽐낼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10년만 해보자'는 각오에 따라 유연석은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으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계속 불태웠다. 지난 2012년 만난 '늑대소년'은 세상에 그를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비록 송중기와 극명하게 상반되는 '나쁜 놈' 역할이었지만, 관객들은 그를 뚜렷하게 인지하게 됐다.

'건축학개론'에서 국민 첫사랑 수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강남오빠'로 등장하면서 그의 나쁜 매력은 정점을 찍었다. 뻔뻔한 표정과 능글맞은 말투가 여성들에겐 분노를, 남성들에겐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악역으로 이미지가 굳혀지려던 찰나,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 칠봉이 역에 도전하면서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얻는다. 이기적이고 욕망에 들끓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완벽한 순정남으로 돌아온 유연석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여심을 사르르 녹이는 미소나 훤칠한 키, 넓은 어깨로 '어깨 깡패'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오는 24일 개봉되는 영화 '상의원'에서 그는 또 한 번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완전한 악인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열등감에 휩싸여 자라온 왕을 연기하면서 가슴 속에 내재된 혼란과 분노, 애증의 감정들을 굴곡지게 그려내 보는 이들의 몰입을 도왔다.

특히 유연석은 부글부글 끓어 넘치기 직전의 위태로운 감정을 누구보다 잘 표현해 극에 긴장감을 심는데 일조하는 배우다. '상의원'에서도 한껏 물 오른 연기력으로 왕 역을 무리없이 소화해 또 한 번의 성장을 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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