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의습격] 대학, 싸가지 키우기 프로젝트(244)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은, 짧은 경전이지만,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고 가장 나중에 읽어야할 책이며 가장 오래 늘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한다.

대학의 핵심논리는 '나의 내면에 들어있는 원래 본성을 말리지 말라'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는 사랑과 정의와 겸손과 지혜가 이미 들어있다. 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면 깜짝 놀라는 마음은 순간적으로 그를 자기자신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곧 그것이 자기가 아님을 파악하고 그 놀람을 그치면서 그를 도우고싶은 마음을 뒤로 뺀다. 이렇게 말리는 행위가 세상의 모든 문제들을 생산해왔다고 '대학'은 인식한다. 그걸 말리지 말라는 것이다. 측은함, 옳고그름, 존중, 그리고 사물을 면밀히 살펴 그 이치를 아는 것. 이것이 인간이 원래 지니고 있는 보물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으며, 자라면서 자꾸 안으로 안으로만 밀어넣어 이제는 잘 발동하지 않게된 것. 그것이 가끔 튀어나오는 때가 있는데, 감성과 지식과 통념과 제도와 법이 말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네 가지 본성을 말리지 않으면 내가 아름다워지고, 내가 아름다워지면 나와 관계한 이들도 아름다워지고, 한 마을이 아름다워지며, 그렇게 하여 세계평화가 온다는 것이 대학의 위대한 프로젝트의 논리이다. 우리는 속을 속되게 말해서 '속+아지'라고 부르고 그것을 싸가지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저 4가지가 진짜 '싸가지'가 아니던가.

참으로 간단해 보이는 것, 소박해 보이는 것. 네가 세상을 산답시고 잔뜩 쥐고있는 무기를 내려놓고 네 마음 속 깊숙한 곳에 파묻혀 있는 아잇 적 본성을 잊지 말고 살라는 베이직한 명령. 이 명령이 2천년 동안 아시아를 분발시켜온 최고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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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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