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마을 만든 이남자, 대표팀서도 소통실험

대한양궁협회, 문형철 총감독 선임…김수녕 키워낸 베테랑 "안정감 심어주는 지도자 될 것"

문형철 양궁대표팀 총감독

문형철 양궁대표팀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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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문형철(56) 예천군청 감독이 지난 9일 한국 양궁대표팀 총감독에 선임됐다. 인천아시안게임(금 5개ㆍ은 3개ㆍ동 1개)까지 대표팀을 이끌어온 장영술(54ㆍ현대제철) 감독의 후임이다. 대한양궁협회는 "수년간 국가대표 코치, 감독을 경험한 훌륭한 지도자"라고 했다. 문 감독은 양궁협회 회장단과 강화위원회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서 오래 전부터 총감독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한국 양궁대표팀의 사령탑은 매우 부담이 큰 자리다. 세계양궁연맹(WA)이 세트제를 도입해 전력 평준화를 유도하는 등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 문 감독은 "그동안 장영술 감독이 대표팀을 잘 이끌어서 부담이 크다"고 했다. 계약 기간은 1년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대표팀을 맡을지는 내년 12월에 재신임 절차를 통해 결정된다. 그는 "애초 계약조건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선수들을 대충 지도할 생각이었다면 지휘봉을 잡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문 감독은 양궁인들 사이에서 베테랑 지도자로 통한다. 예천군청 남녀 양궁선수단을 1984년부터 맡아 올림픽 통산 금메달 네 개를 자랑하는 김수녕(43),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장용호(38), 2005년 마드리드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의 주역 최원종(36),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윤옥희(29) 등을 키웠다. 특히 여자 리커브 대표팀을 맡은 2008년에는 갑상선암 3기 판정을 받고도 치료를 미뤄가며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견인했다.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굳은 지도 철학으로 양궁장을 지켰다. 그는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라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췄다고 해도 무방하다"면서 "잦은 대화로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형철 양궁대표팀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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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접근법은 매우 세심하다. 공동체마을의 구조에 착안해 2006년 예천군청 숙소를 새로 지었을 정도다. 선수, 지도자는 물론 그들의 가족이 함께 모여 산다. 식당이 있는 1층에 장용호 플레잉코치, 남자선수들의 숙소가 마련된 3층에 문 감독의 집이 있다. 바로 앞은 양궁장이다. 문 감독은 "가족들과 한데 모여 지내다보니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장애물이 없다. 편안하게 양궁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표팀 총감독에 선임되면서 예천군청 선수들을 일일이 면담했다. "이제는 모든 선수가 자식처럼 느껴진다. 내가 없어도 훈련을 잘 해내겠지만 주말에라도 틈틈이 예천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소통은 대표팀에서도 계속된다. 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면서 자연스레 경쟁의식을 불어넣고 싶다"고 했다. 그 핵심은 주장(主將)이다. 그는 "남자는 오진혁(33ㆍ현대제철), 여자는 주현정(32ㆍ모비스)이 그동안 솔선수범으로 선수들을 잘 이끌어왔다"면서도 "WA의 제도 손질 등으로 아직 이전의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 감독은 "간판선수가 2년 주기로 계속 바뀌어 대표팀에 안정감이 덜 해졌다. 김수녕, 윤미진(31ㆍ현대백화점), 박성현(31ㆍ전북도청)과 같은 기둥이 될 만한 리더를 키우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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