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당성향 세계 최저 수준

실적 부진에 재원 감소 불구 배당 점진적 확대 전망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정부의 배당 확대 추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 상장사의 예상 배당성향은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환경이 녹록치 않아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올해 예상 배당성향은 13.7%로 영국(46.2%), 대만(43.6%), 브라질(38.5%), 중국(29.6%), 미국(29.4%), 일본(26.2%), 인도(21.9%), 러시아(21.1%) 등 주요국과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의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투자한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줄 수 있다.

낮은 배당성향은 올해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놓친 기업들의 저조한 실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69조91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4%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50조7368억원으로 12.62% 줄었다.

특히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내 주요 상장사 69곳의 누적 영업이익은 48조64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 급감했다. 국내 100대 상장사로 범위를 넓혀도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상장사가 55곳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같은 실적 부진으로 자산상위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의 미처분 이익금은 4년만에 80조원을 밑돌았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들 상장사의 미처분 이익금은 3분기말 기준 73조76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7% 감소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미처분 이익금 감소를 면한 곳은 SK, GS, 한화 세 곳 뿐이다.

미처분 이익금은 영업활동으로 생긴 순이익에서 법정적립금과 같은 사내유보 항목을 제한 몫으로 배당재원으로 활용가능하다. 이에따라 일각에선 10대 그룹의 올해 배당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1조원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 대다수는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결국 배당을 늘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배당성향 확대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밝혔고, 이같은 기업들의 배당 친화적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즉각적인 배당 확대보다는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다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높아갈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지배구조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기업집단의 경우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에 잉여현금을 활용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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