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살만해지니깐 다시 빚 증가세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 경제가 좋아지면서 올해 3분기 주택, 자동차 등을 구입하기 위해 빚을 낸 미국인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소비자 신용조사기관인 에퀴팩스와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대출, 자동차 대출, 학자금대출 등을 포함한 미국 가계부채는 지난 7~9월 사이 780억달러 증가해 11조7000억달러를 기록했다.가계 부채가 '꼭지'를 찍었던 2008년 보다 7.6%나 줄어든 것이지만 전 분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경기 불황속에 빚 늘리기를 부담스러워 했던 미국인들이 다시 빚을 지는데 무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연은의 윌버트 반 더 클라우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이 부채 정리를 끝내고 다시 빚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앤드류 하우워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가계가 현금 흐름을 보완화기 위해 다시 신용카드를 꺼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항목별로는 미국 가계부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350억달러 늘어난 8조1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것은 미국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과도 맞물린다. 자동차 대출은 1050억달러로 최근 10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학자금대출은 80억달러 늘어난 1조1000억달러로 집계됐다.WSJ은 미국 가계의 부채 증가세는 원자재 가격 하락, 고용시장 회복과 함께 연말 쇼핑시즌에 소비지출 증가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고 낙관했다.

다만 학자금 대출 부실이 여전히 미국 경제의 심각한 불안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학자금 대출 원리금을 90일 이상 연체한 비율은 지난 2분기 10.9%에서 3분기 11.1%로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연체율이 지난 2분기 각각 3.4%, 3.3%에서 3.2%, 3.1%로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이날 3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를 3.9%로 발표했다.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 3.5%보다 0.4%포인트나 높아졌다. 이 역시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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