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의 스피드건]너무 허술한 외국인선수 마약검사

프로농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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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A감독은 최근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기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전반을 마치고 찾은 화장실 구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상대 외국인선수 B가 태연하게 서서 흡연을 했다. "담배인지 대마초인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후반을 앞두고 흡연한다는 것이 의아했다."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7월 21일 열린 한국농구연맹(KBL)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일부 감독들은 C와 D선수의 기량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도 데려오지 않았다. 다수 에이전트들을 통해 두 선수가 마약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C선수는 다른 참가 선수들이 의아하게 여길 정도로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선수는 별 탈 없이 프로농구 코트를 누비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외국인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에이즈와 마약 검사를 통과한 것. 그런데 그 절차는 매우 허술했다. KBL이 지정한 곳이 아닌 각 구단들의 협력 병원에서 검사가 진행됐다. 구단이 진단서를 받아 KBL에 제출하는 식이다. 결과 조작의 여지가 충분한 셈. E구단 관계자는 "협력 병원들은 대체로 구단 트레이너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허위 제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F구단 관계자도 "누구의 소변으로 검사하는지조차 불투명하다"고 했다.

프로농구는 이미 여러 차례 외국인선수의 마약 파문으로 진통을 겪었다. 전주 KCC에서 뛰던 재키 존스(47)와 서울 SK의 에릭 마틴(38)이 2002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재계약 불가 통보와 함께 향후 5년간 트라이아웃 참가 불가 등의 제재를 받았다. 2009년에는 서울 SK의 디앤젤로 콜린스(32)가 소변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그는 대마초 흡연 사실을 시인했고 그대로 퇴출됐다. KBL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외국인선수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체크할 수는 없겠지만 불시검사, 지정 병원 마련 등 보다 확실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깨끗한 리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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