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난방열사' 김부선이 남긴 것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아파트를 사고 나서 내 돈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 아파트 비리 소송을 했지만 제가 왜 소송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장에서 플래시 세례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배우 김부선 씨였다. 김 씨는 최근 자신이 사는 서울 성동구 J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을 제기한 터라 아파트 난방비 비리 실태 참고인으로 출석했다.온라인에서 '난방열사'로 불린 김 씨는 이 자리에서 "난방비는 주민 자치라며 정부와 지자체 누구도 개입하지 않았다. 케케묵은 비리를 캐 달라"고 호소했다. 또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4대악 척결을 거론하면서 "주거생활 문제까지 5대 악으로 해서 입법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씨 말대로 그동안 아파트 관리비 문제는 수면 아래에 있었다. 입주민들이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누구도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았다. 김 씨가 "교도소보다 더 폐쇄적인 곳이 관리사무소"라고 말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의 난방비리 폭로는 주민끼리의 일로 치부되던 관리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손태락 주택토지실장도 이날 "무엇보다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가 빨리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주시하겠다고 했다. 현재 아파트 관리 분쟁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공동주택관리법'이 발의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김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국감 화젯거리만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동안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제대로 짚어낸 의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의 60%를 넘어서는 마당에 관리비의 투명한 활용이라는 문제제기를 한 것만은 환영할 만하다. 이를 계기로 아파트 관리비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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