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도 AIIB 설립 놓고 오바마-김용 이견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평소 '찰떡궁합'을 과시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중국이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 외신들에 따르면 김 총재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언론인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들은 AIIB 설립 문제를 놓고 중국과 긴밀하게 협조해왔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AIIB 설립을 공식으로 선언하면서 다른 20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난 뒤 불과 몇 시간 후에 나왔다. 김 총재는 "중국 정부는 초기 구상 단계부터 이 문제로 우리와 협의했다"면서 "세계은행이 AIIB와 매우 잘 공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지난 7월에도 "신흥국의 투자 수요를 고려할 때 새 금융기관 설립 제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세계적으로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 인프라 투자 등에 1조5000억달러(약 1578조7500억원)가 필요한데 기존 개발은행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2050억달러에 불과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공공연하게 AIIB 설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7월 정례 브리핑에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배 구조와 환경·사회적 안전망 등의 측면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축적해왔다"며 "그러나 AIIB는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같은 발언이 미국 등 서방국가가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통해 구축한 세계 금융 질서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뉴욕타임스 등은 오바마 행정부가 다양한 이유를 들어 아시아나 유럽의 우방국들에게 AIIB와 협력하지 않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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