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治 → 낙하산 → 파워게임…'G·P·P리스크' 없애야
모피아·연피아 폐해에 줄서기 문화 더해져 반복 악순환
전문가들 "CEO 선출 승계 시스템 갖춰야"[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주 전산기 교체문제로 촉발된 'KB금융 사태'로 KB는 물론 금융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관치(Governed finance )·낙하산(Parachute)·파워게임(Power Game)으로 얼룩진 KB의 현실이 가져다 준 상호 부정적 시너지가 '날 것' 그대로 외부에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KB에 뿌리박힌 'G·P·P 리스크'를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수장이 교체되더라도 이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호 상관관계가 높은 금융적폐이기 때문에 순차적이 아니라 일소에 해소해야 한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관치→낙하산→파워게임으로 이어지는 'KB의 굴레'=KB금융그룹은 2008년 9월 지주체제로 전환한 이후 단 한 번도 내부승진을 통해 회장을 뽑은 경우가 없었다. 최고경영자(CEO) 선출과 승계시스템이 촘촘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어김없이 빈자리에는 '관치'가 개입된 영향이다. KB금융은 지분구조상 정부와는 무관하지만 정부는 규제산업이라는 이유로 경영이나 CEO 선출, 혹은 사퇴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임영록 회장을 비롯해 총 3명의 수장 모두 '낙하산 인사'로 불려왔다. 2008년 초대 수장에 오른 황영기 전 회장은 이른바 'MB맨'으로 분류됐고 2010년부터 3년간 KB금융지주를 이끌어 온 어윤대 전 회장 역시 MB정부 시절 '금융계 4대 천황'으로 불렸다. 어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동문인 데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거친 뒤 회장 자리에 올라 '관치금융'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임 회장과 이건호 행장도 각각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와 '연피아(금융연구원 출신+마피아)'로 불린다.
▲역대 KB금융지주 사퇴 이유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달고 KB에 입성한 후 임기를 무사히 마친 CEO도 없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달렸고 모두 자진사퇴 혹은 연임 포기로 KB와의 인연을 끝냈다. 황 전 회장은 앞서 우리금융그룹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고 1년여 만에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황 전 회장은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금융당국의 퇴진압박에 법적근거가 없음이 드러났다. 이후 2009년 9월 강정원 당시 KB국민은행장이 후임에 내정됐지만 당국의 사퇴압력이 시작되자 내정자 신분을 내놓고 2010년 7월 행장직에서도 물러났다. 2010년부터 3년 간 KB금융을 이끌어온 어윤대 전 회장 역시 내부정보를 외국회사에 흘린 ISS보고서 사태 등으로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게 되자 연임을 포기했다.
▲KB금융 경영진 갈등 사례
문제는 낙하산 인사에는 필연적으로 '줄서기'문화가 따른다는 것이다. KB와는 무관한 사람들이 정권의 영향을 받아 CEO 자리에 오르다보니 그룹 내부에서도 회사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좋은 보직과 승진을 위한 줄대기가 팽배했다. CEO 역시 짧은 임기와 이해관계자들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데 급급해 권력 투쟁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주체제 전환 이후 그룹의 수장이 은행장에서 지주회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역할분담이나 권력관계가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은 탓에 지주회장과 은행장은 꾸준히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KB금융 사태 역시 다른 낙하산으로 내려온 회장과 행장 간 파워게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처를 계기 삼아 'CEO 선출·승계시스템' 갖춰야=이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KB금융 내부시스템 개혁을 통해 'G·P·P 리스크'를 제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배구조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CEO 선출에 있어 체계적인 승계 프로그램을 시급히 도입해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2010년 CEO 승계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을 치렀던 신한금융지주의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그룹은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간 파워게임 이후 주요 그룹사 CEO를 승계 후보군으로 두고 육성하는 등 내부 승계 체제를 정비한 바 있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교수는 "지배구조가 취약할 경우 외압을 불러올 위험이 높다는 점을 알려준 사례"라며 "이사회와 경영진의 노력에 따라 금융지주사의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만큼 다른 금융지주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계기로 KB금융의 CEO 선임 절차가 개선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내부출신 인사가 경영자의 자리에 오르는 관행이 굳어져 안정적인 조직문화가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KB사태가 내부 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을 갖출 기회로 이어진다면 투자매력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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