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전의 무법질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한국전력공사가 이성을 잃은 듯 하다. 송전탑 갈등에서 기세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반대하는 청도 주민들에게는 돈봉투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키더니 여주에서는 주민에게 폭력까지 행사했다.

15일 한전 여주지사는 전쟁통을 방불케했다. 신경기변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단체의 항의방문을 건장한 남자들이 막아선 것이다. 여주시 산북면 반대대책위원들은 1층 민원실에서 의견을 제기하다가 4층 고충처리실로 자리를 옮기려 했다. 순간 한전 직원들이 시민들을 에워쌌다. 양측에서 거친 실랑이가 벌어졌다. 한전 남자 직원 하나가 한 여성시민의 어깨를 강하게 밀었고 그녀는 대리석 바닥에 그대로 곤두박질치며 머리를 크게 부딪쳤다. 그녀는 근처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이며 심한 두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경찰이 나서서 사건을 조사 중이다. 이날의 분위기는 공기업과 시민의 관계는 이미 아니었고, 사정없이 폭력을 일삼는 '어깨' 앞에 무너지는 '민의'를 생생하게 웅변하는 장면이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이런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밀양 사태를 겪으면서) 아무리 법에 정해져 있고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밀양 주민들이 큰 일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돈봉투를 돌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강압적인 행태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조 사장 발언이 '정치적 수사'라고 지적받는 것도 그래서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는 한전이 국무조정실의 방침을 묵살했다는 것이다. 갈등관리전담부처인 국무조정실(실장 추경호)은 신경기변전소를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자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주민과 충분한 토론을 하고 절대 무리하거나 조급하게 진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밀양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특별히 당부한 것이다. 가뜩이나 정부의 갈등 중재 능력이 비판받는 상황에서 한전이 이래도 되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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