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디폴트 불안 엄습

정부 우량자산 '시트고' 매각 결정후 불안 고조
CDS 가산금리 1400bp 웃돌아…아르헨과 비슷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베네수엘라에 디폴트(채무 불이행)의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아직은 베네수엘라가 극단적인 위기 상황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BNP파리바는 되레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진 베네수엘라 국채를 매수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 출범 후 정국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다양한 시장 지표는 베네수엘라 경제의 위기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원유 수출로 연간 850억달러의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불안감만 자꾸 커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베네수엘라의 부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가산금리가 최근 급등하면서 1400bp를 훌쩍 넘고 있다. 이미 기술적 디폴트에 빠진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CDS 가산금리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 7월 미국에서 정유 사업을 하고 있는 시트고를 매물로 내놓은 이후 급등하고 있다. 우량 자산을 팔아야 할 만큼 베네수엘라 정부의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7월만 해도 베네수엘라의 CDS 가산금리는 800bp 정도였다.

시트고는 미국에서 3개의 정유시설과 약 6000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100억달러에 매각을 원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평가 가격은 70억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트고는 20억달러의 채무를 안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채 금리는 고공 비행을 지속하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마두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두 자리수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2월 17%를 넘었다가 7월에 11%선까지 밀리며 안정되는듯 했으나 시트고 매각 소식이 나온 후 재차 급등, 최근 15%선까지 오르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국영 기업 채권도 들썩이고 있다. 베네수엘라 최대 석유회사 PDVSA가 발행한 단기 채권 금리는 최근 25%를 넘어섰다.

정국 혼란과 사회 불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마두로 정부 출범 이후 생필품 부족에 대한 시민 시위와 60%를 넘는 물가 상승률은 만성적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개각 과정에서 10년 넘게 베네수엘라의 경제 정책을 책임졌던 라파엘 라미레즈 에너지 장관이 물러난 것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2002년부터 에너지 장관을 지냈던 지난주 개각으로 외교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고는 210억달러 정도 되지만 이 중 유동 자금은 30억달러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의 채무는 800억달러 이상이며 이 중 70억달러가 올해 만기를 맞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