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즐겁게 가자"

월요일 카카오광장 깜짝 제안…다음 직원들도 참석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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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카카오 크루(crewㆍ카카오 직원들이 서로를 지칭하는 말)는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카카오광장'에 모인다. 다른 회사로 치면 '전체 직원 회의'다. 주 1회 열리는 카카오광장은 카카오만의 공유ㆍ소통 문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700명에 달하는 카카오 크루들이 지난 월요일(1일) 오후 3시 광장에 속속 모여들었다. '깜짝' 모임을 주최한 사람은 브라이언(Brian), 김범수 의장이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판교 사무실 3층 카카오광장으로 모여든 크루들은 텅 빈 프레젠테이션 화면에서 이 말을 가장 먼저 접했다. 광장 내 마련된 무대 '카카오언덕'에는 김범수 의장이 환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노란색 라운드티셔츠에 연두색 면바지, 남색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김 의장은 65페이지에 달하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한장한장 넘기며 오는 10월1일자로 출범할 다음카카오의 비전을 소개했다. 그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즐겁게 가자"고 강조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은 평소 김 의장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김 의장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난관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그때 재빨리 대응하면서 열심히, 즐겁게 해보자"며 크루들을 격려했다.
카카오 직원들이 모여든 '카카오광장'의 모습 (카카오 제공)

카카오 직원들이 모여든 '카카오광장'의 모습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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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의 합병은 카카오 직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다. 일주일에 두 세 차례 사내 게시판으로 활용되는 '카카오아지트'에 진행 상황이 공유되며, 합병 승인 주주총회 이후엔 경영진의 회의록 전문까지 공개되기도 했다. 그랬던 만큼 이날 김 의장이 새롭게 공개할 내용은 없었다. 그보다는 직원들과의 격없는 대화를 통해 미래 비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김 의장의 발표는 20분 만에 끝났고 질의응답 시간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각종 '카더라'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크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카카오 특유의 문화를 계속 지켜갈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가며 하나의 방향을 찾아가자. 합병 이후엔 '제3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을 내놨다. 그가 이날 카카오의 상징인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것도 합병에 대한 크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된 선택이었던 셈이다.

김 의장이 '깜짝' 모임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5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을 공식 발표하기 직전, 자리를 마련했다. 이때 복장은 평소와 달리 정장차림이어서 크루들이 '빵' 터지기도 했다.카카오광장은 카카오의 전신 아이위랩이 탄생한 2006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참석 의무는 없으며 형식과 분위기 모두 자유롭다. 광장 곳곳에 설치된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발표자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이 공간을 둘러싸고 업무공간이 펼쳐져 있다.

김 의장은 분기에 한 번꼴로 카카오광장에 참석한다. 김 의장이 카카오언덕에 올라서지 않고 크루 일원으로 조용히 있다가 갈 때도 많아 그의 참석 여부를 크루들도 잘 모른다. 카카오측은 "최근에는 카카오광장에 다음 직원들이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며 "카카오의 철학과 정체성은 바로 이 카카오광장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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