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우에 안전의식도, 대비책도 없었다

어제 부산ㆍ경남 지역에 내린 폭우로 5명이 사망하고 수명이 실종됐다. 부산 지하철ㆍ도시철도 곳곳이 침수돼 열차운행이 중단되는 등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고리원전 2호기가 가동을 멈췄고 아파트 경로당이 무너지기도 했다.

최고 250㎜의 기록적 강우이기도 했지만 좀 더 철저히 대비하고 조심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참변이었다. 경남 고성과 창원을 잇는 지방도에서 시내버스가 급류에 떠내려갔다. 원래 노선이 물에 잠기자 하천 제방도로로 우회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될 가능성이 높은 취약 버스노선에 대해서는 경보 발령은 물론 교통통제가 이뤄졌어야 했다.부산 시내 지하차로에선 승용차가 물에 잠겨 두명이 숨졌다. 경찰이 지하차로 앞에 출입금지 안내판을 세웠는데 승용차가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차로 앞에 안내판만 세울 게 아니라 인력을 배치해 차량 진입을 통제했어야 했다. 국가 비상시에 대비해 대피 및 복구 훈련과 안전체험을 하는 2014 을지연습 훈련기간(18~21일) 직후 발생한 집중호우에 속절없이 당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은 붕괴된 경로당이 문을 열지 않는 날이어서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백양산 중턱에 위치한 양덕여중의 운동장과 1층 교실이 무너져 내린 흙과 물에 잠기자 학생들을 3층 이상으로 긴급 대피시켜 피해를 막았다. 지하철과 도시철도 일부 구간도 물에 잠겼으나 신속한 대피와 운행중단, 배수 조치로 오후 늦게 운행을 정상화시켰다.

집중호우 등 재해는 예고하고 닥치지 않는다. 매뉴얼에 따라 '상습 침수지역 대피, 위험지역 통제 등 안전에 주의' 등의 문자 메시지 한 번 보낸 것으로 주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배수시설을 초과하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발생하는 '도시 홍수'에 대해선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도 높은 경보를 발령하는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초유의 가동중단 사태를 빚은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대책도 절실하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이변이 잦다. 당국은 면밀한 원인 분석과 함께 체계적인 재난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국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만 쳐다볼 게 아니라 안전의식을 생활화해야 한다. 8월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9월에도 태풍이 불어닥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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