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펀드, 많긴 한데 손이 안가네...

신규설정 334개 중 81개가 마이너스 수익률...가장 많이 출시된 ELF, 절반이 투자자에 손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새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서 단기 차익실현 차원의 펀드 환매 자금을 재유입시키기 위한 조치이지만 수익을 내놓지 못하면서 상품 수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펀드 양산이 자산운용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12일 펀드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들어 신규 설정한 펀드는 지난 8일 기준 334개에 달한다. 현재 전체 운용 펀드는 3209개다. 펀드 종류별로는 ELF(주가연계펀드)가 120개로 가장 많이 생겨났다. ELF는 주가가 하락해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ELS(주가연계증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일반주식 펀드(25개), 일반채권혼합 펀드(24개), 일반주식혼합 펀드(18개) 등이 뒤를 이었다.

월별로는 3월(93개), 6월(52개), 5월(42개), 7월(36개) 순으로 많은 펀드가 쏟아졌다.

최근 5년 간 연평균 500개 이내의 펀드들이 출시된 점에 비춰볼 때 현재 추세는 가파르다. 이는 펀드시장 침체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모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국내주식형 펀드에서만 6조원 이상이 빠져나가는 등 대량 환매가 지속되면서 펀드 재투자 고객을 노린 신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야심차게 신상펀드를 내놨지만 수익률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81개가 설정 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나머지도 대부분 유형별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가장 많이 출시된 ELF 상품은 절반가량(51개)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

가장 성적이 저조한 상품은 '삼성KODEX합성-MSCI독일상장지수[주식-파생]'이다. 독일 주식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6월11일 설정 후 -7.9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주식형 펀드가 최근 3개월 간 9.30%의 수익률로 선전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낙제점이다. 주식혼합형 상품인 '대신멀티롱숏소득공제자[주혼](Class C)'(-7.24%), 유럽주식에 투자하는 'KB유로존코어자(주식)A클래스'(-6.45%) 등도 각각 3월, 6월 시장에 나온 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별로 좋지 않은 펀드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비슷한 유형의 상품을 무분별하게 찍어내는 식의 영업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규 펀드들이 죽을 쑤는 와중에도 글로벌특별자산, 배당주 펀드 등은 올해 설정된 후 나름대로 선방했다.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자(인프라-재간접) 종류A'는 1월 설정 후 15.38%, '신영고배당소득공제자(주식)C형'은 3월 설정 후 15.37%을 수익률을 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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