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30년 이상 장기채권

'예상외 저금리+고령화 대비 연금펀드 수요 덕' 발행량 22% 급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올해 채권 시장에서 만기가 30년 이상인 장기채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글로벌 금리가 예상 밖의 하락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계기가 됐다. 정부나 기업들은 다시 올 수 없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비용 장기 자금 확보용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저금리는 곧 낮은 수익률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요가 부진해야 정상이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도 않다. 연금펀드와 보험사가 고령화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장기채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기준으로 올해 만기 30년 이상 장기채 발행 규모가 1425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2% 급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시장조사업체 딜로직 통계를 인용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무려 55%나 늘었다. 반면 30년 미만 채권 발행 규모는 5조2360억달러로 2012년 같은 기간 대비 4.6% 증가에 그쳤다.

보험사와 연금펀드들이 장기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절실한 이들에게 장기채는 안성맞춤의 투자상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사와 연금펀드들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주식시장 강세가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투자수익을 확보해둔 상태다. 덕분에 수익률 목표를 낮추면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여유가 생겼다. 저금리의 장기채 투자가 늘어난 또 다른 이유인 셈이다.

양적완화를 통해 채권 시장의 큰손이 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새로 발행되는 미국 장기 국채를 쓸어담고 있다는 점도 장기채 발행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FRB라는 듬직한 투자자가 장기채를 매수해 주니 발행량이 늘어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줄어드는 것이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일본, 영국 등이 올해 초장기채를 발행했고 멕시코는 지난 3월 영국 파운드화 표시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캐나다도 지난 4월 처음으로 50년 만기 장기채를 발행했고 7월에 추가 발행했다.

기업 중에서는 맥도날드가 6월에 파운드화 표시 40년 만기 채권 3억파운드어치를 발행했다. 캐터필라는 5월에 50년 만기 채권을 4.767% 금리에 발행해 5억달러를 확보했다. 프랑스 전력회사 EDF는 1월에 100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 7억달러어치 발행했다.

장기채 발행은 더 늘 전망이다. 일본은 이달 말 4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고 스페인도 연내 50년 만기 국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미국도 대형 은행들에 초장기채 발행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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