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억 미만 소액사업 늘어난다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장애인도 야외 운동시설이 필요해요!'/4000만원, '어린이도서관 지붕에서 돌이 떨어져요'/1500만원, '맞벌이 및 한부모 취업가정의 아동을 위한 명품감성 키우기'/1000만원…

서울시에 1억 이하 소액예산사업이 늘고 있다. 광역단위 사업을 펼쳐야 하는 특별시에서 수천만원짜리 소액사업이 많아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생활밀착형' 사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26일 참여예산위원 및 시민투표단 투표로 최종 선정된 '2015년 참여예산사업' 500억원 352개 사업 중 1억 미만 사업이 173개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9%를 차지했다고 30일 밝혔다. 평균 사업비 또한 1억42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8400만원이나 낮아졌다. 시 참여예산 담당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작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시민밀착형사업 많이 선정됐다"고 말했다.

소액규모 예산사업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시행된 주민참여예산제를 서울시가 적극 도입해 실질적으로 시행하면서부터다. 공청회 등을 열어 형식적인 시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등 형식적으로만 참여예산제를 이행하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서울시는 내년도 시 예산 24조원 가운데 500억을 사업제안에서부터, 현장방문 및 심의, 사업선정에 이르기까지 100% 시민에게 맡기고 있다. 담당자는 "시 예산이 24조원이라고 해도 국고보조금 등을 제하면 실제로 시장이 전권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이 3000~4000억원 정도인데 이중 500억원을 시민들이 편성할 수 있게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의 아이디어가 일상생활의 불편에서 나오다보니 제안 사업들이 주로 '우리 동네'의 필요시설이나 개선점에 맞춰진다.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사업들이다. '작은 쉼터에 운동기구를 설치해주세요', '양치시설이 없는 학교, 도전! 충치 제로 학교' 등의 사업을 살펴보면 모두 소소한 일상에서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담당자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시민들이니만큼 상황파악에 유리하고 공무원들이 꾸리는 예산보다 타당성 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가는 서울 참여예산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대구, 광주 등 지자체 공무원들이 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소액규모 사업 증가는 박원순 시장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장으로 남고 싶다'는 평소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박 시장은 줄곤 거대한 토목사업보다는 '시민이 행복해지는, 시민 일상이 달라지는' 시정운영 방침을 강조해왔다. 시민 생각의 바로미터인 참여예산사업은 향후 시 사업에도 적극 반영될 계획이다. 담당자는 "아직 참여예산제 시행 초반이지만 이후 잘되는 사업이 있으면 시 사업으로 가져가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된 352개 사업은 '2015년 서울시 예산안'에 포함돼 오는 11월 시의회에 제출돼 심의의결절차를 거친 후 2015년도에 집행 될 예정이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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