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아시안게임에서 세계 수준의 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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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1994년(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미국 월드컵 축구대회·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뒤 4년 주기로 한 번씩 즐겨오던 ‘스포츠의 해다’다. ‘즐겨오던’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세 개 메이저 대회가 동시에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베트남 하노이가 경제적인 문제로 개최를 포기한 제18회 아시아경기대회는 2019년 열릴 예정이었다.

어쩌면 2018년에도 다시 한 번 겨울철 올림픽(평창)과 월드컵 축구대회(러시아) 그리고 아시아경기대회(장소 미정) 등 3대 스포츠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기간인 9월 20일 하노이의 대체 개최 도시를 결정한다. OCA는 새로운 개최 도시가 원하면 애초 겨울철 올림픽, 월드컵 축구 대회와 같은 해에 열리는 걸 피하기 위해 2019년으로 옮겼던 개최 연도를 2018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개최 도시가 3대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해에 대회를 여는 것이 오히려 관심을 끌 수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따르겠다는 얘기다.

아무튼 올해 예정됐던 세 차례 스포츠 잔치 가운데 소치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논란을 낳았던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은메달과 개최국 브라질의 준결승전 1-7 참패 등은 이제 기록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팬들이 즐길 수 있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는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지난 14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와 박승희의 홍보대사 위촉식을 열었다. 두 선수는 자리에서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기념주화 세트를 예약 접수하고 ‘인천아시아드경기장 관람석 이름 갖기’를 신청하며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관람석 이름 갖기’는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관람석 뒷면에 신청자의 이름과 응원 문구를 붙여주는 행사다. 1986년 서울, 2002년 부산에서 각각 제10회, 제14회 대회를 연데다 월드컵 축구대회 등 세계적인 이벤트는 물론 류현진, 손흥민, 박인비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뛰는 외국리그(투어)를 눈만 뜨면 보게 되니 아시아경기대회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 그래서 겨울철 종목 스타 선수들까지 대회를 알리는 데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아시아경기대회에도 볼 만한 경기가 많다. 비싼 돈을 들여 외국에 갈 일 없이 안방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를 즐길 수 있다.

1974년 테헤란 대회에서는 아시안게임 판도가 크게 흔들렸다. 뒷날 세계 스포츠의 공룡으로 성장하는 중국이 ‘죽의 장막’을 걷고 처음으로 아시아 스포츠 무대에 등장했다. 북한도 첫 출전했다. 대회에서 두 나라는 사격, 복싱 등 일부 종목에서 아시아경기대회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 대회 복싱 플라이급의 황철순(한국)은 결승에서 북한의 구용조에게 판정으로 져 은메달을 땄다. 구용조는 2년 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 체급을 올린 밴텀급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대회 사격 4관왕인 북한의 리호준은 중·장년 스포츠팬들 귀에 익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소총 50m 소구경 복사 금메달리스트다.

중국은 아시아경기대회나 올림픽에 나서지 않을 때인 1960년대에 이미 탁구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1980년대에는 체조에서 일본과 옛 소련 등을 제치고 세계적인 강국으로 떠올랐다. 따라서 탁구, 체조 등에서는 아시아경기대회가 곧 올림픽 또는 세계선수권대회였다.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과 맞붙었다. 프로골퍼 안병훈의 아버지 안재형은 5번 단식에서 1985년 예테보리(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 단식 우승자인 장자량을 2-0으로 잡는 등 혼자 3승을 올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장자량은 1987년 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 단식 우승자다. 양영자와 현정화도 상승세에 합류했다. 여자 단체전 결승리그에서 일본을 3-0, 중국을 3-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런 경기들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다.

2012년 제30회 런던 올림픽에서 중국(금 38 은 27 동 23)은 종합순위 2위, 한국(금 13 은 8 동 7)은 5위를 했다. 일본(금 7 은 14 동 17)은 11위, 카자흐스탄(금 7 은 1 동 5)은 12위, 이란(금 4 은 5 동 3)과 북한(금 4 동 2)은 각각 17위와 20위를 했다. 이들 아시아 6강이 거둔 금메달 73개는 곧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수준을 높이는 든든한 기반이다.중국은 경영과 다이빙, 체조, 탁구, 사격, 배드민턴, 육상, 태권도, 역도, 펜싱, 요트, 복싱 등 여러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들 종목 가운데 사격, 펜싱, 태권도에서는 한국도 금메달을 땄다. 한·중 라이벌전이 곧 세계 수준의 경기다. 여기에 한국의 초강세 종목인 양궁은 안방에서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을 보는 셈이다.

한국과 일본이 펼칠 유도 자존심 대결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전초전 격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남자 두 체급, 일본은 여자 한 체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북한도 여자 한 체급에서 우승했다. 북한이 출전한다면 한국과 북한, 일본 그리고 몽골, 카자흐스탄 등은 아시아경기대회 매트 위에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버금가는 격전을 치른다.

우슈(중국), 가라테(일본), 세팍타크로(동남아시아 나라들), 카바디(서남아시아 나라들) 등은 올림픽 종목은 아니지만 이들 종목이 모두 아시아에서 기원했기에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세계 수준의 경기를 확인할 수 있다. 영연방 나라들의 인기 종목인 야구의 사촌뻘 되는 크리켓도 다르지 않다. 인도,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크리켓 월드컵에서 우승, 준우승 등 좋은 성적으로 올리고 있는 나라들이 모두 출전한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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