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그릇 名匠이 왔다

판웨이창 "명품의 비결은 인내심과 집중력"…억대 넘는 가격 낮춰 대중화 계획

작업 중인 판웨이창

작업 중인 판웨이창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작품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을 때는 화가 나서 차호를 던져버리고 싶죠. 하지만 인내심과 집중력 없이 결코 좋은 차호는 나올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싱 자사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신의 작품들을 들고서 한국을 찾은 중국의 자사차호 명인 판웨이창(44). 그는 중국 상하이 옆의 도시 이싱(宜興)에서 지난 25년간 최고의 차호로 일컬어지는 '자사차호(紫砂茶壺)'를 만들어 왔다. 자사차호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직 낮설지만 다인(茶人)들 사이에서는 가장 좋은 다구로 인정받는 차호로, 중국 장쑤성(江蘇省) 이싱 지역의 공예품이다. 이싱 지역에만 있는 '자사(紫砂)'라는 광물질을 이용하고, 이를 편축법(표면을 고루 두드려 성형하는 기법)을 사용해 만드는 도기의 일종이다. 특히 10여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점점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보이차의 맛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차호로 알려져 있다.

"90년대 초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차호 만드는 공장겸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차호 만드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이 진행되면서 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차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

그는 "차호를 만드느라 이렇게 제 손의 지문도 닳아 없어졌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그는 좋은 차호는 좋은 재료에서부터 시작된다며 그런 점에서 자사가 '태생적으로' 좋은 차호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좋은 재료에 맞는 정교한 손길이 있어야 제대로 된 차호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호의 재료를 '니료(泥料)'라고 하는데, 자사 니료는 광석의 색과 크기, 온도 등에 따라 성질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차호를 만드냐에 따라 재료부터 그에 맞는 걸로 구해야 한다. 선별된 니료를 반죽하고 나무망치로 두드리며 몸과 뚜껑을 만든다. 보통 1~2mm의 두께가 되도록 두드려야 하는데 이때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반죽을 가마에 들어가서 구우면 일반적으로 크기가 15% 축소되는데, 세심하고 정확하게 두드리지 않으면 균형이 깨지기 십상이다.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위해 물소뼈로 빗질하는 것도 필수다.

"두드리는 작업을 할 때엔 집중력을 가지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져도 차호의 균형이 무너져 졸작이 돼버리기 때문이죠. 저도 가끔 집중력을 잃고 차호를 내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항상 마음을 다잡는 훈련을 합니다. 고통과 인내 없이는 좋은 차호는 나올 수 없어요."

자사차호는 우수한 차호라는 그 점이 한편으로는 단점이 되고 있다. 원하는 이들은 많지만 자사가 이싱에서만 출토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고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1급 작가들의 작품은 억대를 호가한다.

판웨이창은 자사차호가 예술품으로서만이 아닌, 실용품으로서 대중에게 널리 퍼지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자신의 작품을 일반 사람들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가격을 크게 낮췄다. 12일부터 한국차문화협동조합과 이싱중한도자교류센터 주최로 창덕궁 앞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그를 비롯한 중국의 작가 40명이 출품한 자사차호 2000점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열린 자사차호 전시회로서는 최대 규모다. 중국 남부 윈난에서 보이차를 재배하는 소수민족 차농들과 전통 음악 연주단도 참가한다. "차를 매개체로 삼고 차호로 벗을 삼는(以茶爲媒 以壺會友) 마당이 될 것"이라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앞으로 자사차호가 중국 이싱을 벗어나 한국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전파되는 데 공헌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제자들과 어떻게 하면 더 실용적이고 대중이 선호하는 차호를 만들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사람들도 우리 중국인들 처럼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체인점에서 빠르게 만들어지는 차보다 차호에서 우려내는 차를 마시면 좀 더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을 겁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