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공공기관 부채, 논쟁보다 대안 시급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지난 20년 동안 정치권과 행정부, 공기업 모두가 (한통속이 돼) 매년 20조원씩 빚잔치를 벌려왔다. 모두 대통령 선거 공약이나 경기 회복·진작, 지역균형발전 등의 명목이었다."(김희국 새누리당 의원)

"국가정책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공기업 부채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공공기관 부채와 관련한 '불편한 진실'이 국회에서 공개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용기를 내 공공기관의 부채는 정권과 정부가 주로 만들어낸 것임을 자인하고 나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국책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빚을 내야 하는 건 공공기관의 숙명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건 정치권의 불문율이기도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과거 정부와는 선을 그었고, 공공기관은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참여정부에선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세종시, 기업·혁신도시 등에서 토지보상비가 대거 풀렸다. 공공기관은 이 빚을 채 갚기도 전에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주택에 돈을 쏟아넣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공공기관 부채는 어느새 523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의 부채는 전체의 42.6%인 226조7000억원에 달하고 있다.국회예산정책처는 때맞춰 지난 3일 발간한 '2013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평가'에서 "공공기관 부채가 주무 부처의 정책사업 비용 조달 등에 의해 발생한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해당 공공기관의 부채관리 책임만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부가 공공기관 부채증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과도한 부채가 온전히 방만경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국회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는 행정부의 조직 개편과 예산 편성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 이제는 부채의 책임을 따지는 논쟁보다 대안모색이 시급하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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