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SK 최태원 회장의 빈자리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 회장이 자유로운 몸이었다면 그동안의 경험과 인연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시장 공략의 기회를 잡았을텐데 아쉬움이 큽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SK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재계가 활기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SK그룹만은 다르다. 시 주석과 10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왔던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중국공략을 진두지휘할 수 없고 바라만 보고 있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중 수교가 맺어지기도 전에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중국에 베이징 지사를 설립하며 중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최 회장은 지난 2005년 7월 한국 정부의 중국 고위급 인사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시진핑 당시 중국 저장성 서기와 인연을 맺었다. 최 회장은 이 때 직접 시 서기를 서울 서린동 사옥에 초청해 장시간 만남을 가졌고 시 서기는 최 회장을 곧바로 저장성으로 초청하며 화답했다. 3개월 뒤 최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과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참석했고 시 서기는 이들을 만찬에 초청해 대접했다.

최 회장은 시 주석뿐만 아니라 후진타오 전 주석과도 인연이 깊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 2005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후 전 주석과 단독 회동을 가졌다. 최 회장 뿐만이 아니다. SK그룹과 중국과의 깊은 인연은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故 최종현 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현 회장은 "한국 기업에게 중국은 외국이 아니라 확장된 하나의 시장"이라며 단기적인 이익 추구를 금지했다.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라고 불리는 이 전략은 현재도 SK그룹의 중국 사업에 대한 기본 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부친의 뜻을 이어 받아 최태원 회장은 1심 판결 직전인 지난해 1월에도 중국에 머물면서 영상메시지로 각 계열사에 신년사를 보낼 정도로 중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국사업을 추진해달라며 투자 실패를 문책하지 않았던 최 회장. SK그룹에게는 그의 빈 자리가 너무나 커 보인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