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씨앗 '음주'…정부, 주류 규제 강화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정부가 '술과의 전쟁'에 나섰다. 대학 캠퍼스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방안을 재추진하는 등 치매의 씨앗인 음주 문화를 싹부터 자르겠다는 취지다. 낮 시간대 TV와 라디오의 주류 광고는 물론 버스나 시내 전광판에 이어 신문,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 대한 술 광고까지 막을 방침이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없게 된 현실에서 이제 주당(酒黨)들의 시대도 저물고 있다. '한 잔의 여유'보다는 '한 사람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오전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생활 속 치매 대응전략'을 보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주문한 치매종합대책이다. 이 대책에 따르면 대학교와 청소년 수련시설 등 공공시설내 음주와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 또 술 광고에서 경고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주류 광고도 할 수 없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시설과 옥외광고물, 신문 등 정기간행물과 인터넷 술 광고도 금지된다. 복지부는 다음 달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주류 규제는 지난 2012년에도 추진됐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개정안에 포함됐던 담배갑 경고그림 도입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부처간 의견조율이 이뤄진 만큼 개정 작업이 수월할 것이라고 복지부는 판단하고 있다. 치매 환자가 인구 고령화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치매로 인한 비용은 지난해 기준 1인당 연간 2030만원으로 이는 국가 전체적으로 11조7000억원에 달했다.

복지부가 치매예방 대책으로 절주 문화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음주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스톡홀롬 칼로린스카연구소의 노화연구센터 미애 키피펠토(Miia Kivipelto) 박사의 연구결과를 보면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치매 발생률이 7.42배나 높았다. 음주로 인한 비용 부담도 주류 규제를 강화하는데 한 몫했다.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비 지출은 2011년 기준 4336억으로 총 진료비의 6.5%를 차지했다. 복지부는 또 치매예방운동을 개발해 오는 8월 중 보급하고 치매의 원인인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치매를 빨리 발견할 경우 증상을 늦출수 있는 만큼 60세 이상 노인에 대한 조기검진 비용도 지원한다. 다음 달부터는 경증 치매환자도 요양보험에 적용시키고, 치매환자 휴가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