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대 가짜석유 전국에 판 조폭 등 20명 ‘덜미’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유령회사 세워 가짜석유용 원료 빼돌리고 탈세한 김모씨 등 5명 구속…15명 불구속입건, 달아난 공범 2명 추적, 관련내용 국세청에 통보

가짜석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이 난 건물현장(사진 제공 : 대전지방경찰청)

가짜석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이 난 건물현장(사진 제공 : 대전지방경찰청)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2000억원대 가짜석유를 만들어 전국으로 유통시킨 조폭 추종자 등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가짜석유를 만들어 시중에 내다판 혐의 등으로 김모(60)씨 등 5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경찰은 또 가짜석유를 만드는데 쓰이는 줄 알면서도 원료를 납품한 혐의로 화학업체 법인 2곳을 입건하고 해당회사에서 일하며 가짜석유제조업자으로부터 돈을 받은 직원 3명을 배임수재혐의로 붙잡았다.

김씨 등 가짜석유 제조·유통업자 15명은 2009년 4월부터 4년여 동안 충남 금산, 논산 등지의 창고에서 솔벤트와 톨루엔 등을 섞은 ‘용제형 가짜석유’를 만들어 전국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걸려든 가짜석유량은 1억2300만ℓ로 2460억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경찰 수사결과 용제 구매회사 대표 김씨는 대형 화학업체에서 사들인 솔벤트와 톨루엔의 쓰이는 곳을 알 수 없게 하면서 탈세목적으로 유령회사 8곳을 세웠다. 해당 유령회사에 솔벤트와 톨루엔을 판 것처럼 매입 자료를 만들어놓고 실제는 다른 가짜 석유제조업체에 팔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는 용제의 꾸준한 거래를 위해 대형 화학업체 직원에게 골프접대를 하거나 돈을 주기도 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김연수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대형 화학업체의 경우 정식 대리점계약 없이 먼저 현금을 받고 용제를 내다팔아 불법 유통할 수 있게 했다”며 “석유품질관리원에서 관련판매행태에 대해 주의를 주는 공문을 여러 번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용제생산회사의 판매·유통과정 단속규정이 없는 것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석유제조업자들은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대포자동차(5대), 대포전화(20개), 대포통장(15개) 등을 이용하거나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더욱이 가짜석유제조업자들 중 폭력조직원도 일부 끼어있었다.

특히 김모(34·구속)씨 등 2명은 용제로 가짜석유를 만들다가 2012년 9월과 10월 폭발사고를 일으켜 건물을 불태우기도 했다.

대전지방경찰청은 달아난 공범 2명을 뒤쫓고 있고 가짜석유거래와 관련된 탈세(불법수익금 약 1100억원) 자료와 내용을 국세청에 넘겨줄 방침이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