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3천명 시대’, 강도범에 방화범도 차나

재범률 감소 명분으로 대상자 12배 증가…“강력한 범죄의지 있으면 재범 막는데 한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재연 기자]2008년 성폭력범 재범방지를 목적으로 도입된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시행 6년 만에 12배 이상 증가했다. 미성년자 유괴범(2009년), 살인범(2010년)까지 부착을 확대한 데 이어 상습 강도범까지 부착이 확대됐다.

성인 0.01% 전자발찌 경험=2008년 151명이던 전자발찌 대상자는 2014년 6월 현재 1885명으로 12.5배 늘어났다. 법무부는 19일부터 상습강도범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기로 했다. 법무부는 전자감독 대상자가 올해 말 2600명 수준으로 증가하고 내년 말에는 3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누적인원으로 보면 3845명이 전자발찌를 찬 경험이 있다. 대한민국 성인 4000만명 중 0.01%가 전자발찌를 찬 경험이 있는 셈이다.

법무부는 범죄 징후 사전감지를 위해 ‘지능형 전자발찌’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2015년에 비명소리, 격투음 등을 감지하는 ‘외부정보 감응형 전자발찌’를 개발하기로 했다. 또 이상 징후 발견 시 즉각 대응하는 사전알림시스템을 2016년께 개발할 계획이다.

재범방지 효과 ‘허와 실’=법무부는 전자발찌 제도 시행 이후 성폭력 재범률이 14.1%에서 1.5%로 9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살인사건의 경우 시행 전 10.3%의 재범률이 시행 후 0%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특히 법무부는 미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은 대부분의 강력범죄에 전자감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적용대상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은 범죄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 추세”라면서 “우리도 방화범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기가 발각될 수 있다는 심리적인 제약을 가진 범죄자들에겐 전자발찌가 효과가 있지만 강력한 범행의지를 가진 범죄자들의 재범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침해 논란 여전한데=전자발찌 범죄 적용확대는 인권침해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난 4월 성범죄전과자가 여자 친구와 차를 마시다 전자발찌 진동소리가 나는 것에 격분해 전자발찌를 훼손했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올해 5건을 비롯해 해마다 5~10건 정도의 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전자발찌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 못지않게 심리적 치료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감시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인력과 예산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부처 몸집불리기를 둘러싼 의혹의 시선도 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성범죄 재범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적용 대상을 확대할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됐다”면서 “미래범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점쟁이가 아닌 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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