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카카를 닮은 소년에게서 브라질을 보다

카카를 닮은 브라질 소년 귀이에르메

카카를 닮은 브라질 소년 귀이에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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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아수(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귀이에르메(14). 축구의 심장 브라질에서 처음 마주한 소년의 이름이다. 13일(한국시간)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포스 두 이구아수로 가기 위해 경유지인 상파울루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무렵이었다. 동양에서 온 낯선 취재진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던 그에게선 경계심마저 느껴졌다.

영어로 건넨 짧은 인사에도 무뚝뚝한 반응을 보이던 그의 눈을 반짝이게 한 것은 역시나 축구 얘기였다.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 헐크(28·제니트), 오스카(23·첼시), 티아구 실바(30·파리 생제르망) 등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을 열거하자 발음을 교정해주며 큰 관심을 보였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금세 32개국 조별리그 일정이 담긴 인쇄물을 꺼내 보이며 한국의 경기가 언제 열리는지 묻기도 했다. 그는 브라질의 축구 스타 카카와 외모가 흡사했다. 하얀 피부와 서글서글한 눈매가 특히 닮았다. 사진을 찍고 ‘카카’라는 이름을 언급하며 엄지를 세우자 환하게 웃었다. 옆에 있던 그의 할머니와 친척들도 미소를 보이며 반색했다. 최종명단 23명에 들지 못했지만 카카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손자가 배구 선수라는 설명을 덧붙인 노인들도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며 축구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월드컵 관련 소식에는 둔감하더라도 남녀노소 자국 축구와 관련된 화제를 놓치지 않는 브라질의 축구 열기가 보였다.

공항에는 삼삼오오 옷을 맞춰 입고 응원에 나선 브라질 팬들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부터 중년 여성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였다.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 인접지역에서 온 응원단까지 합세해 장외에서부터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패스트푸드 점은 월드컵 관련 장식품과 이벤트 용품을 내걸고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브라질에 얼마나 머무를지를 묻는 에버튼이라는 이름의 직원에게 “한국의 경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하자 그는 “한 달 이상 있기를 바란다”는 격려와 함께 밝은 미소를 보였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월드컵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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