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의 스피드건]WADA를 위한 도핑검사는 곤란하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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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6월 2~3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제11차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스포츠 도핑방지 정부 간 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도핑 적발 시 징계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고, 국제표준을 강화하는 등 내년부터 시행될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새로운 규정에 대한 준수 방안이 논의된다. 그런데 문체부가 WADA의 방침을 꼼꼼하게 따져볼지는 의문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반도핑 운동 확산을 위한 아시아 도핑방지기금(AADF) 조성 등도 함께 논의된다. 한국은 지난해 WADA의 이사국으로 8년 만에 복귀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반도핑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는 선에 머무를 수 있다.

1999년 11월 10일 스위스 로잔에서 발족한 WADA의 설립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도핑 없는 스포츠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의 기본적 권리 보호와 전 세계선수의 건강, 공정성 및 평등성 진작이다. 이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제재 규정은 지금도 충분히 강력하다. 금지약물을 사용 또는 시도하거나 소지한 선수의 자격을 2년간 박탈한다. 소재지 정보 제출에 불응해도 1년~2년간 선수 자격을 정지한다. 거듭 위반한 경우가중 처벌한다. 선수 자격 정지 기간을 2~4배 늘리거나 영구 박탈한다. 이보다 두 배가량 강화된 새 시행 방안은 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WADA는 선수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가.

스포츠계는 꾸준한 도핑검사를 통하여 더욱 깨끗해져야 한다. 그러나 도핑검사의 목적은 WADA를 위해서가 아니다. 196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의무분과위원회로 출발한 WADA는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WADA의 권력은 국제 스포츠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강력하다. 각국 스포츠단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 스포츠도 '이용대 사건'을 통해 그 영향력을 절감했다. 이번 제주 회의가 WADA의 권력 강화를 승인하거나 일조하는 과정에 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우리 문체부에는 국내 스포츠와 선수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내야 할 책임도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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