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탐구-박원순]48시간 박원순의 '조용한 선거'…부인 출국설엔 '격앙'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25일 오전8시께 도봉산 자락을 찾은 박원순 후보.

▲25일 오전8시께 도봉산 자락을 찾은 박원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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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8:00 [도봉산 입구서 시민들과 스킨십]

“그런 말씀은 안 하셔도 돼요.”6ㆍ4 지방선거 선거운동 나흘째인 25일 오후 12시40분께. 서울 도봉구 도깨비시장에 들어선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박원순 시장님 오셨습니다!”를 외치는 선거운동원을 제지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조용한 선거’를 강조한 만큼, 박 후보는 이날 유세활동 내내 ‘박원순’이란 이름을 연호하거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발언을 자제토록 했다. 또 그것이 평소에도 자신을 ‘원순씨’로 불러달라고 할 만큼 권위적이지 않고 친근한 소통을 강조하는 ‘박원순 스타일’이기도 했다. ‘여러분 옆에 누가 있습니까?’라는 자신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처럼 박 후보는 조용하면서도 ‘진한’ 스킨십으로 시민들을 만나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날 오전 8시, 박 후보가 첫 유세지로 잡은 도봉산 자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한길ㆍ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까지 가세한 ‘무게감 있는’ 유세였지만, 유세 현장에선 선거에서 흔히 보이는 명함이나 유세차량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감색 바람막이에 청색운동화로 비교적 단출한 옷차림을 한 박 후보는 전형적인 선거유세 대신 직접 걸어가며 시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가볍게 대화하는 방식의 ‘소통유세’를 선택했다. 박 후보는 “어디 사세요? 여기 와서 같이 사진 한 장 찍어요!”, “기왕 찍는 것 (손가락으로) V하면서 찍읍시다”라며 시민들의 손을 맞잡았다. 산행에 나선 30대 여성들에게도 박 후보는 “제가 ‘의리!’하면 여러분도 ‘의리시장!’을 외쳐주세요”라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가 창동역 인근 광장에서 '아시아지식기반허브'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박원순 후보가 창동역 인근 광장에서 '아시아지식기반허브'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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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10:00 [창동역에서 ‘아시아지식기반허브’ 공약]사진 촬영과 소통으로 대표되는 박 후보의 스킨십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도봉산에서 내려와 오전 10시께 창동역에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나타난 박 후보는 정책설명회 자리로 ‘광장’을 선택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모여 박 후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박 후보는 창동역 2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공원에서 ‘아시아지식기반허브’ 공약을 소개하며 “강남ㆍ북 격차를 말하는데,저는 동북 4구를 잘 발전시키는 것이 격차해소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설명회를 지켜보던 주민 이강순(54ㆍ여)씨는 “여기(창동역)에 박 시장님이 오신다고 해서 일부러 왔다”며 “서민 같아서 거리감도 없고, 가식도 없이 믿음직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도깨비시장을 방문한 박원순 후보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떡집에서 떡 2000원어치를 구매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도깨비시장을 방문한 박원순 후보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떡집에서 떡 2000원어치를 구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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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후 12시40분께 지원유세를 위해 서울 도봉구 도깨비시장을 찾은 박 후보에게 한 주부가 “너무 잘 생겼어요”라고 외쳤다. 박 후보와 일행은 웃음을 터뜨렸다. 박 후보는 주부와 악수를 나누며 “잘 생겼다는 말은 처음 듣네요. 시장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연예인도 따라다녀 본 적 없는데 시장님 보러 왔다”고 웃는 주부에게 박 후보는 “연예인만큼 시장도 중요하죠”라고 여유 있는 응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예정보다 20여분 늦어지는 바람에 골목에서 내려 달리다시피 하는 걸음으로 시장으로 왔지만 여유로움을 잃지 않고 있었다.

오후2:00 [상대 후보 공세에는 단호하게 ‘단호박’ 원순씨]

도깨비시장 유세를 마친 후 오후 2시께 박 후보는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로 이동했다. 중요한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만큼, 박 후보의 얼굴은 오전과는 달리 굳은 표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제기한 부인 강난희 여사의 출국설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박 후보는 “아무리 험악한 정치에도 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다”면서 “오늘 이후로 벌어지는 흑색선전에 대해 당사자와 유포자에게 모든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을 분명하게 경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노할 틈도 많지 않았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이 끝나자 다시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오후 3시43분께부터 거리 유세활동을 이어갔다. 이날 세 번째 목적지는 동북권의 번화가인 수유역 일대였다.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박 후보를 만나러 모이는 이들은 빗줄기를 아랑곳하지 않앗다. 빗 속에서도 박 후보와 사진촬영을 하겠다는 시민들이 몰려 수유역 앞은 사람들로 꽉 찼다.

▲25일 수유역을 찾은 박원순 후보와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시민들.

▲25일 수유역을 찾은 박원순 후보와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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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사진 촬영을 기다리는 대기 행렬이 길게 만들어졌다. 이들은 각자의 휴대폰을 수행원들에게 넘겨주며 박 후보와 자연스레 포즈를 취했다. 한 20대 청년은 박원순 후보와 투표 이야기를 나누며 “(투표 독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함께 사진을 촬영한 김영숙(53ㆍ여)씨는 “개인적으로 시장님을 참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사람이 모인 걸 보니 박 후보가 분명히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박 후보를 지나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70대 노인은 “투표는 해 봐야 안다”며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곧이어 오후 4시20분께 도착한 수유시장은 박 후보가 시장으로 있으면서 이미 세 차례나 찾은 적이 있는 곳이었다. 재래시장 살리기 정책을 활발히 펴 온 박 후보는 시장 상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 박 후보가 빈대떡집 주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저번에 와서 빈대떡 하나 먹고 갔는데, 힘내세요!”

한 상인은 박 후보에게 “때만 되면 오지 마시고, 자주 찾아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시장에서 재개발지구 해제기준 완화를 요구하던 시민들이 박 시장의 발언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시장에서 재개발지구 해제기준 완화를 요구하던 시민들이 박 시장의 발언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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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7:00 [선거유세 첫날은 장위동 전통시장서 마무리]

이날의 강행군은 오후 7시께 장위동 전통시장에서 마무리됐다. 이곳에서 박 후보를 단단히 벼르며 기다린 사람들이 있었다. 재개발지구 지정 해제 조건을 완화해 달라며 모인 장위동재개발지구 조합원들이었다. 박 후보가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제가 시장이 된 후 100여 군데가 넘는 곳을 해제했습니다. 제가 누구의 편인지 아시죠? 이곳(장위동)도 경제성이나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검토한 뒤 최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표정이 밝아진 조합원들이 “시장님만 믿겠습니다”, “박원순” 등을 연호했다. 박 후보는 그 연호를 응원처럼 들으며 11시간의 강행군으로 무거워진 몸을 차량에 실었다.

26일 오전10:00

다음 날인 26일. 이날은 오후 11시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가 예정돼 있었다. 그런 만큼 이날은 몸을 너무 혹사하지 말아야 한다. 이날의 유세 일정은 전일과 달리 거리 유세 대신 간담회 위주로 구성됐다. 박 후보는 비교적 편한 옷차림으로 오전 10시께 캠프 오픈스페이스에서 소상공인들과 만나 ‘중소기업ㆍ소상공인ㆍ자영업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련과 서울노동연대를 잇달아 만났다. 사무금융노련과의 간담회에서는 한 노동자가 “시장님은 출근도 빠르고 일요일도 출근하신다는데 아랫사람 힘들지 않게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업무시간에만 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 후보는 “오해다. 공무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저녁 약속 후엔 집에 들어가 드라마를 본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들과의 만남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포함해 서울시 최초로 노동정책과라는 것을 만들고 노동의 문제를 시정의 중요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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