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후보 집중탐구]월드컵 유치 성공DNA 이번에도 통할까

[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큰 꿈'을 실현시킬 세 번째 기회가 찾아올까?

정 후보는 단골 '차기 대선후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와 성공 개최는 그를 단박에 차기 대선후보 1순위로 올려 놓았다. 전국의 붉은악마가 '정몽준'을 외쳤었다. 그렇게 찾아온 기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2007년 대선에서는 자리가 없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는 이명박ㆍ박근혜라는 대형 스타가 본선에 버금가는 예선전을 치르고 있었고, 여권에선 1위를 달리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중도 포기해야 할 만큼 지분 다툼이 심했다.

1988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19년간 홀로서기만 하던 정 후보는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 입당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2009년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혈혈단신으로 입당한 그가 거대 집권 여당의 당 대표가 됐다. 하지만 당권 장악에 실패하며 그의 대망(大望)은 또 손아귀를 벗어났다. 2012년 대선의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다음번에 대권에 도전한다면 이는 그에게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 이를 잡기 위해 정 후보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이 선택을 '정몽준의 마지막 승부수'로 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든든한 여당 울타리를 가졌음에도 비주류인 그가 다음 대선 도전을 위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가 '서울시장 출마'였다"고 말했다.정 후보가 차기 대선 도전에 손사래를 치는데에도 불구 그는 서울시장 출마 뒤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2위에 꼽힌다. 세월호 참사 여파란 최악의 상황에서 정 후보가 수도 서울을 탈환한다면 그는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6ㆍ4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경선을 통해 개인 경쟁력은 충분히 입증했다. 핵심 친박근혜계 주류의 견제가 거셌지만 비주류인 정 후보는 지난 12일 후보 경선에서 71.1%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후보자가 됐다. 경쟁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이혜훈 전 최고위원의 경쟁력이 약했다기보다는 '정몽준'이란 브랜드 파워가 그만큼 셌다는 게 당 안팎의 일반적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위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정 후보를 "국제회의에서 사전 준비 없이 영어로 즉석 토론이 가능한 국내 몇 안 되는 인사"라며 "대화를 해보니 보는 안목이 넓더라"고 평가했다. 그의 높은 인지도에 비해 실력이 저평가 돼 있다는 것이다. 그를 '저평가 우량주'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렇지만 정 후보가 맞닥뜨린 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세월호 참사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고,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에게는 악재 중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불리한 상황에서 정 후보가 믿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할 수 있다'는 일종의 DNA다. 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던 88 서울올림픽 유치를 이끌었고, 본인이 직접 나서 2002 한일 월드컵 유치도 성사시켰다. 이 DNA가 이번에도 통할 수 있을 지를 지켜보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의 또 다른 재미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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