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김영란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법에 대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이 적극적인 쪽으로 돌아섰다는 신호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이미 적극적이었다. 따라서 곧 국회에서 여야 간에 이 법 제정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부패ㆍ무능ㆍ무책임한 공직자 집단에 분노하는 민심의 흐름을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외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기관과 민간업체 간 검은 거래를 통한 유착, 퇴직공무원의 유관기관 낙하산 재취업, 그리고 이런 것들을 통해 형성된 관피아에 의한 국가시스템 이완을 바로잡지 않으면 백 가지 안전대책도 무용함을 일깨워줬다. 그래서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패를 발본적으로 척결하는 일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어났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김영란법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된 것이다.그렇다고 이제는 김영란법 제정이 순탄하게 이뤄지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동안의 논란과 입법추진 과정을 돌아보면 관료집단의 저항과 반대로비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세부내용에서는 여야 간 입장차이가 여전하다. 이 법은 2011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거론한 때부터 지금까지 3년간 우여곡절을 거쳐 입법예고가 되고 정부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그 사이에 법안 이름부터 '공직자의 청탁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에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으로 두루뭉술하게 바뀌었다. 100만원 초과 금품수수에 대해 애초 직무관련성을 불문하고 형사처벌하도록 한 규정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그렇게 하는 것으로 슬그머니 완화됐다.
김영란법 원안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영란법을 우회하거나 희석시키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강조해온 '국가개조'는 물론 그 어떤 국정개혁이나 정부혁신을 위한 방안도 추진력의 관건인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얻기 어려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발표하기로 한 대국민 담화에서 이 법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국회의 입법이 보다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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