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풀린 '서킷 브레이커'…이통3사 신경전

'불법 보조금 대란 막자고 방통위가 주문
도입 이전 세부내용 놓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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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이동통신 3사가 번호이동 자율제한 제도인 '서킷 브레이커' 도입을 앞두고 세부내용 합의에 진통을 겪고 있다. 세부내용에 따라 2000년대 초반부터 5(SK텔레콤):3(KT):2(LG유플러스)로 굳어진 이동통신 시장 판도가 계속 고착화 하느냐, 변화 하느냐의 기로라 신경전이 치열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킷 브레이커의 세부 사항의 관건은 ▲이통3사의 일일 번호이동 건수 ▲각 이통사별 일일 번호이동 허용량 ▲번호이동 허용량을 어긴 과열 사업자에 대한 제재 방법이다.

번호이동은 A이통사가 B이통사 고객을 빼앗아 올 때 집계된다. 불법 보조금이 풀리면 풀릴수록 번호이동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 '1·23대란' '2·11대란' '2·26대란'이 벌어졌다. 이런 시장 과열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3사에 서킷브레이커 자율 도입을 주문했다.

현재 이통3사 간 논의되는 안 중 하나는 하루 번호이동 건수가 이틀 연속 2만7000건을 넘거나 하루에 3만건을 넘기면 다음 날부터 5일 동안 하루 번호이동 건수가 2만7000건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긍정적인 반면 SK텔레콤은 부정적이다. 현재 과열 기준은 하루 2만4000건인데 이는 2009~11년 번호이동 시장 자료를 토대로 방통위가 정했다. 논의되고 있는 2만7000건은 현재 기준보다 하루 번호이동 건수를 높게 설정한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SK텔레콤은 현재 기준을 유지하거나 낮추는 게 유리하다. 가입자를 더 유치해야 성장하는 KT와 LG유플러스는 기준을 높이는 게 좋다. 이통사 임원은 "세부적인 조항은 조율해봐야 한다"며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가 각각 원하는 선에서 절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루 번호이동 허용량이 정해져도 이통3사가 어떤 비율로 나누는지도 중요하다.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을 따라 5:3:2로, 후발사업자들 3분의 1로 각각 나눠야 한다고 해 충돌했다. 이 역시 조율 중인데 4:3:3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3사가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일일 번호이동 허용량을 어긴 과열 사업자에 대한 제재 방법이다. 예를 들어 A이통사가 가입자를 많이 모아 자신들에게 허용된 하루 번호이동 건수를 과도하게 넘겨 이통3사 전체에 허용된 하루 번호이동 건수까지 넘어가게 만들면 어떻게 처벌하느냐가 관건이다. 이통사 임원은 "B,C 이통사는 불이익을 받지않는 전제로 A이통사 제재 방법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신경전도 있다. 원래 이통사 번호이동 법 제도는 미래부 통신정책국 소관이다. 그런데도 방통위가 서킷 브레이커를 적극 도입하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로선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못하지만 불편한 일"이라며 "방통위에서는 이통사 자율 제재로 맡겨 번호이동 관련 법 개정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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