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깨끗한 얼굴 마지막으로 보고파"

▲22일 오후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된 잠수부들이 구조 작업을 위해 배를 갈아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오후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된 잠수부들이 구조 작업을 위해 배를 갈아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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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전남)=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살아 있다는 희망은 100% 버렸어요.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찾아도 깨끗한 얼굴을 보고 싶은데…자꾸 늦어지면 그나마 찾아도 제 모습이 아닐거라 생각하니 더 죽겠는 거죠."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지 9일째인 24일 오후 7시. A(50대ㆍ남ㆍ안산)씨는 진도실내체육관 밖에서 연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을 위한 구호품인 회색 체육복 바지와 무늬 없는 흰 티셔츠 차림, 초점 잃은 시선. 실종자 가족이었다.A씨는 이번 사고에 실종된 안산 단원고 학생인 조카 D군의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은 이미 버렸다고 했다. 다만 시신만이라도,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시신이 훼손되기 전에 찾길 바라고 있었다.

그는 물살이 평소보다 약해지는 '소조기'에 조카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를 걸었었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사흘간의 소조기의 마지막 날이 지나고 있었지만 이날까지 조카의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기대가 또 실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25일부터는 조류가 차츰 빨라지는 데다가 주말부터는 진도 해상에 비까지 내릴 예정이다. "'어제와 오늘 정도는 찾겠지'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아직까지 아무 소식도 없으니 실망이 더 커지네요. 이제 날씨도 안 좋아진다는데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거죠."

50대 후반의 나이에 체육관 차가운 바닥에서 지낸 며칠간, 또 기약 없는 기다림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면서도 그는 막내 여동생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둘째 아들의 실종에 A씨의 여동생 B씨는 말을 잃은 지 오래다. 식사도 거의 하지 않고 연신 눈물만 흘리다 벌써 몇 번을 까무러쳤다. A씨가 강제로 밥을 먹여보려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날도 여동생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결국 링거를 맞았다.며칠전 B씨의 남편이 혹시 모를 구조 소식을 기다리기 위해 팽목항에 나가자 체육관에는 B씨만 남았다. 대신 B씨의 형제들과 조카들이 체육관을 교대로 찾고 있다.

"시골에 사는 식구들부터 모든 식구가 지금 다 말도 못해요. 전부다 손 놓고 있죠. 여기 못 온 식구들은 자꾸 전화해서 '소식 없냐'고 계속 물어봐요. 없다고 하면 실망해서 끊고, 또 끊고. 이번 사고에 필리핀, 캐나다에서도 왔어요. 구조가 늦어져서 비자를 연기한 애들도 있고요. 곧 나올 줄 알았는데…."

A씨는 희생자를 수습 해 떠나는 가족들을 볼 때마다 "제발 얼굴이 남아있을 때 찾았으면"이라는 말만 연신 되뇌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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