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단원고, "상처는 그만, 회복 시간 필요"

▲23일 안산 단원고 2학년 교실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23일 안산 단원고 2학년 교실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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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2시 기자들과 학교 측이 잠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오후 2~3시 학교를 개방한다는 공지를 듣고 찾아온 기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학교 측의 대치였다. 당초 도교육청의 학교 1시간 개방조건도 “학생·교사 인터뷰 금지, 앞모습 촬영금지, 교사 연수장면 촬영금지‘ 등이었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교문을 막고 서서 “기자들의 취재로 상처를 입은 학생이나 교사들이 있어서 학부모들이 학교개방에 반대하고 있다”며 잠깐의 개방도 허용치 않았다.

결국 기자들은 대표단을 꾸려 소수 인원만 학교를 둘러보기로 했다. 극히 일부에게만 개방된 학교는 적막했다. 2학년 교실문은 자물쇠로 굳게 닫혔다. 닫힌 교실 복도에는 팝송 한곡이 흐르고 있었다. '낮이 지나고 어두워져 밤이 되어가요. 나는 아직도 당신이 왜 떠난 건지 궁금해요(As days go by and fade to night I still question why you left)'. 복도 끝, 휴대전화가 연결된 스피커에는 ‘돌아올거라 믿습니다. 1기 선배 ○○○'라는 메모와 미국 가수 존 레전드의 섬데이(Someday) 노랫말이 적혀 있었다. 창문 너머 책상 위에는 선후배들이 애타는 기다림으로 두고 갔을 하얀 국화꽃 다발과 편지들이 놓여있었다.

한쪽에서는 24일 수업 재개를 앞두고 '교사 연수' 등 정상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구조된 학생과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은 2학년 80여명은 4개 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듣게 된다. 담임교사는 외부 또는 내부교원으로 재배정할 계획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센터장 정은선 경북대 소아정신의학과 교수) 소속 정신과 전문의 50여명이 1·3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의 심리상담과 치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교수는 "학생과 교사들은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실과 사고의 충격 두가지를 동시에 겪고 있다"며 "원활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회복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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